프랑스 의회, 경찰권 강화 ‘보안법’ 손질한다… “마크롱 신경질”

입력
2020.12.01 09:05
여당 포함된 하원 여야 대표들 기자회견
13만명 반대 시위에 “의심에 귀 기울여야”

프랑스 정부의 경찰관 신원 유포 금지 입법 추진 움직임에 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BFM 방송 등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과 민주운동당(MoDem), 행동당(Agir) 등 일부 야당 대표가 이날 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원이 표결을 마치고 상원으로 넘긴 ‘포괄적 보안법’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경찰관 사진ㆍ영상 유포 금지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측근인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LREM 대표는 “우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의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문제가 되는 제24조를 완전히 새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경찰 권한 강화가 목적인 ‘포괄적 보안법’의 24조는 심리적ㆍ신체적 피해를 가할 목적으로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하면 최대 징역 1년과 벌금 4만5,000유로(약6,000만원)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4일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 심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는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권력 남용 견제 기능을 약화할 거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 와중에 경찰이 공무 집행 중 과도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들이 최근 인터넷에 잇달아 공개됐고, 해당 법안을 둘러싼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

여야 대표들의 결정에는 주말 벌어진 대규모 보안법 반대 시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파리, 리옹,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진 보안법 제정 규탄 시위에는 경찰 추산 13만, 주최 측 추산 50만명이 참여했고 경찰과 시위대는 물론 취재진까지 부상을 당했다.

정당 대표들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엘리제궁에서 열린 마크롱 대통령과의 간담회 이후에 열렸다. 장 카스텍스 총리,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 에릭 뒤퐁모레티 법무부 장관 등이 동석한 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무척 신경질적이었다고 회의에 참석한 인사를 인용해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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