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투기꾼 집합소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경남 창원시 양덕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당혹의 연속이다. 지난달부터 심상치 않던 집값이 이달 들어 본격 급등한 탓이다. 눈 깜짝할 새 수억원이 오르다 보니, 계약 파기마저 빈번해졌다.
A씨는 "계약의 30~40% 정도가 해지되고 있다"며 "엊그제 4억원이던 아파트가 오늘은 6억원인데, 집주인이라면 당연히 계약서를 찢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부동산을 10년 이상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오랜 기간 침체일로를 걷던 창원시 부동산 시장이 들끓고 있다. 불과 한주 새 2% 가까이 집값이 오르는 곳도 있을 정도로 과열 양상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조차 최근 집값 상승의 이유를 도통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간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노렸던 투기세력이 창원시까지 넘어와 집값을 띄우는 '풍선효과'를 원인으로 본다. 반면 수년간 침체했던 부동산 시장이 일시 회복한 것에 불과하단 의견도 있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23일 기준) 창원시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1.01% 상승하며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성산구는 1.98% 급등하면서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산 회원구 또한 전주 상승률 대비 0.43%포인트 더 오른 0.67%을 찍었다.
실거래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의창구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 전용면적 119.24㎡는 25일 14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5월 이후 불과 반년 새 4억2,000만원이 올랐다. 마산회원구 양덕동 '메트로시티2단지' 전용면적 114.05㎡도 14일 8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2월보다 2억500만원 올랐다.
지역 주민은 물론, 부동산 업계까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양덕동에서 일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메트로시티2단지' 전용면적 114.05㎡는 호가가 12억원까지 올랐다"며 "예전에는 7억원도 혀를 내두르던 곳이었는데, 불과 두달 새 주민들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갑작스러운 집값 급등은 외지인과 무관치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된 창원시 아파트 4,322가구 가운데 20.1%(869가구)는 다른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것이었다. 이는 9월 대비 4.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마산회원구는 374가구 중에 41.4%(155가구)가 지난달 서울시민에게 팔렸다.
이렇다 보니 지역에선 투기세력을 의심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규제지역인 창원시까지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합성동 부동산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달 서울에서 온 10여명이 사무실에 우르르 몰려온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투자자들 같았다"며 "이달 중순까지는 이들 때문에 시끌시끌했다"고 말했다.
반면 하락 후 일시적인 반등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창원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5년 12월부터 3년 9개월간 한 번도 집값이 오른 적이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창원은 그간 부동산 시장이 죽어있던 곳이었다"며 "최근 상황이 잠깐 반등으로 그칠지, 계속 투자 수요가 불붙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