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9월 '트리플 상승'을 기록했던 실물경제 지표가 한 달 만에 꺾였다. 특히 소비는 10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3개월 만에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감안하면 올해 4분기 민간소비가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과 동일한 '보합'을 기록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9월보다 0.9% 줄었으며, 투자의 두 축인 설비투자(-3.3%)와 건설기성(-0.1%)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오르며 '트리플 상승'을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개선세가 꺾인 것이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부진을 서비스업이 메우는 양상이었다. 10월 제조업 생산은 1.3% 감소하며 전체 생산지수를 0.36%포인트 끌어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등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9월에 화웨이 관련 문제가 생기면서 선주문으로 반도체 수출이 늘었고, 10월엔 그 기저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에도 전자부품(-2.6%), 기계장비(-1.5%) 생산도 전월 대비 줄었다.
반면 코로나19로 주춤하던 서비스업 생산은 9월보다 1.2% 늘었다. 10월 12일부터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된 덕분이다. 실제 숙박·음식점업(13.3%), 예술·스포츠·여가(13.1%) 등 대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생산이 늘었다. 다만 두 업종 모두 지난해 10월과 비교해선 15.1%, 29.8%씩 감소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완화는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되면서 외식이 늘어나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15.6%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안 심의관은 "음식료품 판매와 숙박·음식업 생산은 일반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코로나19 이후 두 지표가 대체되는 양상"이라며 "10월 초 추석으로 9월에 집중적으로 소매판매가 이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1.9% 늘었으나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14.9%나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축 건설 공사 실적이 2.8% 줄어 소폭 감소했다.
종합적인 경기지수는 5개월 연속 동반 개선됐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98.3을 기록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8로 한 달 사이 0.4포인트 올랐다. 두 지수가 5개월 연속 함께 오른 것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던 1998년 9월~1999년 8월 이후 21년 2개월 만이다.
하지만 10월 이후 3차 재확산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서비스업과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실물지표가 더욱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 심의관도 "수치상으로는 지속적으로 경기가 개선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선행 순환변동치의 예측력에 어느 정도 일정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