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5.3%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우울증 유병률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표본 집단이 작아 대표성을 띠기에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호트 방법이 적용된 대규모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
신용욱(정신건강의학과)ㆍ조민우(예방의학과)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2~2013년 전국 각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 중 나이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101만여명의 임상 데이터를 추출한 표본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국내 우울증 유병률,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2002년에는 우울증 환자가 전체 표본 대비 2.8%였는데 2013년에는 5.3%로 2배 가까이 유병률이 늘어났다. 또한 남성의 3.9%, 여성의 6.8%가 우울증을 겪고 있어 여성이 우울증 위험이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이 높을수록 우울증 환자 비율도 증가했다. 20, 30대의 2.7%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반면 40, 50대는 5.7%, 60, 70대는 13.9%, 80대 이상은 18.4%가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울증이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눠 집단 별로 자살률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집단의 자살률이 3.8배 더 높았다.
자살과 관련 있는 요인으로 알려진 성별ㆍ나이ㆍ소득 수준ㆍ거주 지역에 따른 자살률도 분석했는데, 남성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 위험이 각각 2.5배, 1.5배 높았다.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민우 교수는 “전체 표본 집단 대비 우울증으로 새로 진단되는 환자 비율은 매년 비슷했지만, 전체 유병률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우울증이 잘 치료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신용욱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사회활동이 줄다 보니 ‘코로나 블루(우울증)’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불면증이 생기거나 무기력함이 2주 이상 지속되는 등 우울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