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북부 지역 티그라이 분쟁 사태 악화로 아프리카 정치·경제협력체 아프리카연합(AU)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AU의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 협력체의 출범에 앞장섰던 에티오피아가 오히려 AU설립 원칙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전날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중앙정부와 티그라이 지역 집권정당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간 분쟁을 끝내달라는 AU의 휴전 제의를 거부한 사실을 전하며 "에티오피아 내분을 잠재우려는 AU 특사단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알렉스 드발 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영국 BBC방송을 통해 "AU의 규범과 평화 원칙이 도전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아킴 치사노 전 모잠비크 대통령·엘런 존슨 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칼레마 모틀란테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부통령 등 AU 고위급 사절단을 만난 아비 총리는 모든 책임을 TPLF에 전가하고 협상을 거부했다. 이후 그는 티그라이주(州) 주도 메켈레에 대한 진격 명령을 내렸고, 이날 트위터를 통해 티그라이에 대한 군사작전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비 총리는 승전을 주장했지만 지난 4일 이후 무력 충돌을 거듭해 온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TPLF 간 분쟁이 곧바로 끝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TPLF 관계자는 "졍부의 잔혹성에 우리는 끝까지 항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양측 교전으로 민간인을 포함, 수천명이 사망했고 4만여명이 이웃한 수단으로 피신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티그라이 지역에서 200만명이 긴급 구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5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AU는 1963년 창설된 아프리카단결기구(OAU)를 승계해 2002년 설립됐다. OAU가 '내정 불간섭 원칙'에 막혀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인권 유린·학살 등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자 유럽연합(EU)을 모델로 '아프리카 문제는 아프리카가 해결한다'는 기치 아래 AU를 출범시켰다. 본부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있다. 지난해 아비 총리는 AU와 함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축출 후 권력 다툼이 일었던 수단의 정권 이양 과정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AU의 한 외교관은 "아비 총리는 AU가 에티오피아를 뺀 다른 아프리카 국가를 위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은 "에티오피아의 정치적 투쟁 밑바탕에는 80개 이상 민족 간의 오랜 경쟁 관계가 깔려있다"며 "'시너지' '통합'이 정치 구호인 아비 총리가 개혁을 명분으로 인종과 정치적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