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을까 말까' 유럽의 겨울 방역 최대 고민거리 된 스키장

입력
2020.11.27 21:12
3월 유행 진원지 됐던 스키장 또…
독일·이탈리아 등 "모든 스키장 닫자"
오스트리아·스위스 경제 타격 우려

'스키장을 닫을 것인가 말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속화가 예상된 겨울철을 맞아 유럽 저녁이 고민에 빠졌다. 앞서 지난 3월 첫 유행 당시에도 스키장이 유럽 내 확산 진원지가 된 적이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스키 인구의 특성상 공동 대응이 필요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적극적으로 스키장 폐쇄에 나선 곳은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다. 2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유럽 전역의 스키장을 폐쇄하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국 의회에서 "스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유럽의 모든 스키장을 폐쇄하는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입장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다른 나라 지원 없이 이탈리아만 모든 스키장을 폐쇄하면 이탈리아 관광객이 해외로 나가 결국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면서 유럽 전체 스키장 폐쇄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난색을 표한 나라는 오스트리아이다. 스키와 같은 겨울 스포츠와 휴양으로 얻는 소득이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대목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이미 EU 전체에 걸친 스키장 폐쇄안을 거부했고 게르노트 브뤼멜 재무장관은 "스키장 폐쇄 시 최대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EU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 대가도 치러야 한다"면서 주장했다. 다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술집 영업 금지 등 조건 아래 스키장 개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스키장 폐쇄를 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지난 24일 일단 리프트 시설만 폐쇄를 결정했다.

EU는 일단 각국 정부 역량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른 규제 해제가 위험하다면서도 일괄적인 스키장 폐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문제는 EU 회원국이 스키장 폐쇄에 합의를 해도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가 스키장 개장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판은 "스위스 스키장은 이미 열려 있어 다른 EU 회원국 국민들이 이곳으로 여행을 다녀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3월 오스트리아 티롤주(州)의 이쉬글 스키 리조트가 유럽 전역의 주요 코로나19 확산지가 된 적이 있다. 이 지역의 한 술집 종업원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유럽 곳곳에서 온 6,000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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