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부도 위기에 몰린 광주 청연 메디컬 그룹과 관련해 모(母)병원인 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이모(41)씨의 대여금 사기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채권자들을 속이고 병원 운영자금 등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광주경찰청은 27일 이씨가 지역 재력가나 지인 등을 상대로 수백 억원대의 대여금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이씨에게 수십 억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신규사업 추진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금융권 차입은 물론 친분이 있는 지역 재력가나 지인 등에게 돈을 빌려왔다. 특히 부산과 전주에 대규모 부동산투자사업을 벌이면서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돈을 끌어 모았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일부 대여자의 사회적 신분이나 친분도에 따라 월 5~10%의 고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채권자는 "이씨가 호반그룹 계열 건설사 대표로 있는 장인과 처이모부인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뒷배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채권자들 사이에선 이씨가 이런 식으로 빌린 돈이 최소 8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씨는 상당수 채권자들에게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지급해 오다가 돌연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또 병원 그룹 주력 관계사 4곳도 법인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씨와 관계사의 회생 신청으로 200명이 넘는 채권자들은 당장 대여금 상당액을 떼일 가능성이 커졌다. 피해자 중엔 지역 재력가나 지역 언론사 사장들, 현직 경찰관, 행정공무원, 건설사, 회계사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연 24%)을 초과한 이자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상대로 사채에 가까운 '돈놀이'를 한 것이다.
경찰은 돈줄이 막힌 이씨가 개인 차입금 상환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숨긴 채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거액의 돈을 빌려간 건 사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채권자들과의 금전대차 경위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다"며 "향후 추가로 접수되는 피해사실도 병합해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