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사려면 시공도 맡겨"...끼워팔기 강제한 프랑스 업체에 125억 과징금

입력
2020.11.25 12:00
공정위, LNG 화물창 독과점 사업자 GTT  제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저장탱크) 기술 라이선스를 국내 조선업체에 판매하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끼워팔기 한 프랑스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에 시정명령 조치와 함께 과징금 12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시장 지배적 외국 사업자의 끼워팔기 행위에 대해 제재를 내린 것은 지난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사 이후 처음이다.

25일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 시장 1위 사업자인 GTT는 기술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내용으로 국내 조선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왔다.

기술 라이선스란 LNG 화물창과 관련된 특허·노하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뜻한다. 반면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선박에 설치하는 공학적인 작업을 의미한다. 하지만 GTT는 두 서비스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2015년 이후 GTT에게 기술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 시 별도로 거래할 것을 수차례 요청해 왔다. 하지만 GTT는 이런 요청을 전부 거절하고, 자사가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끼워팔기 거래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택권은 크게 제약됐고, 이 시장에 잠재적인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출도 원천 봉쇄됐다.

더구나 GTT는 국내 조선업체가 자사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 이 조건으로 국내 조선업체는 GTT의 특허 무효 여부를 다툴 수 없게 됐다. GTT의 기술 라이선스 없이는 LNG 선박 건조 사업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내 조선업체가 시장 퇴출 위험을 감수하면서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공정위는 GTT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25억 2,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GTT의 관련시장 매출액 산정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GTT가 독점해 온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들이 진입해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사 사건 이후 외국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끼워팔기 행위도 위법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독과점 사업자가 특허권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감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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