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거리인 홍대와 강남 일대는 평소와 달리 조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되면서, 시민들이 미리 방문을 자제해서다. 상인들은 이미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조정할 때부터 손님이 줄었다며 2단계 상향에 따른 매출 감소를 걱정했다.
이날 밤 홍대와 강남 번화가의 카페와 식당, 술집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밤마다 인파가 몰렸던 홍대 대로를 지나는 행인은 10분간 20여명에 불과했고, 아직 2단계 시행 전임에도 식당마다 손님은 한두 좌석뿐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 클럽도 모두 문을 닫았다. 홍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황모(27)씨는 “확진자가 줄어 2달 전 장사를 시작했다”며 “이대로면 2주 동안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하필 연말 대목을 앞두고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남의 술집 사장 정종길(54)씨는 “12~2월 매출이 비중이 높은데, 희망 자체가 사라졌다”며 “정부 지침은 이해하지만 6개월 안에 파산할 수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남의 한 식당 점장 이모(33)씨도 “코로나19 전에 비해 이제야 매출이 60%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송년회 단체 손님 예약이 거의 줄었다”고 말했다.
9월 13일 이후 약 100일만에 다시 찾아온 거리두기 2단계를 맞아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대체로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거리두기 상향을 앞둔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번화가를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친구 2명과 홍대 술집을 찾은 대학생 김모(22)씨는 “비대면 강의라 3, 4주간 친구들을 못 보다가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나왔다”며 “막차 탈 시간까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한모(30)씨도 “한달 전 약속이라 더 미룰 수 없었다”라며 “연말 모임은 친구들과 숙소를 잡아서 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2단계의 시작인 이번 주가 코로나19 방역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확진자 급증세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년에 비해 독감 위험은 크지 않아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현상)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도 대응 시기가 빠르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신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날씨 추워지면 실내활동이 늘어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며 “거리두기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동참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