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 열풍에… 3분기 가계빚 '역대 2번째' 45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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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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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올해 3분기(7~9월) 역대 두번째로 많은 45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늘어나면서 가계가 이에 투자하기 위해 앞다퉈 돈을 빌린 결과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2020년 3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44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의 대출과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을 합친 개념이다. 분기 기준 기록으로는 2016년 4분기 46조1,000억원 이후 역대 2번째로 가계 부채가 많이 늘어났다.

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585조5,000억원이었다. 3개월간 총 39조5,000억원을 빌렸는데 역시 2016년 4분기(41조2,000억원) 이후 최대다. 늘어난 가계대출을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로 나누면 주담대는 17조4,000억원 늘어 2016년 4분기(24조2,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더 큰 것은 기타대출이다. 3개월간 22조1,000억원 증가해 2018년 2분기 이후 약 2년 만에 주담대를 넘어섰다. 2003년 통계 편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2019년 전체(23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년간 빌릴 돈을 3개월만에 빌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가계의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로 확보하지 못한 주택 거래 과정에서의 주변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진행된다. 부동산 투자의 실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가계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 대출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이번 3분기에는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빚을 내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겹쳤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의 공모주 청약도 가계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자금 수요 역시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로 불어난 2016년 4분기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 및 전세 거래가 활발해 주담대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면, 현재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시장으로 돈이 쏠리면서 대출이 불어났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는 최근 ‘영끌’ 대출을 막기 위해 1억원 넘는 신용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주식거래 자금 수요도 있기 때문에 최근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새 규제가 4분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카드 외상액 등을 의미하는 판매신용은 3분기 말 기준 5조4,000억원 늘어난 9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고, 추석연휴가 9월 말에 걸리면서 결제가 이연된 결과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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