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 형’ KS 개근상…이런 구단주 또 없습니다

입력
2020.11.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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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상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개근상’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럼 유력 수상자로 딱 한 명이 떠오른다. ‘택진이 형’이다.

NC 구단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한국시리즈 내내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대기업 오너가 이렇게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6차전까지 매 경기 출근 도장을 찍고 ‘직관(직접 관전)’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NC 구단 관계자는 “중립 경기이기도 하고, 서울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전부터 전 경기 관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은 ‘야구광’인 김 구단주의 오랜 꿈이다. 지난달 NC가 정규시즌 1위를 처음 확정했을 때도 창원 NC파크 현장을 지켰던 김 구단주는 감격에 젖어 울컥하면서 “창단 때부터 바랐던 꿈 하나를 이뤘다. 다음 꿈을 향해 꾸벅꾸벅 걸어 나가겠다”고 홈 팬들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 꿈은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김 구단주는 자칭 ‘최동원 키즈’로 야구단 주인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9년 전 2011년 3월 프로야구의 아홉 번째 심장으로 창단식을 연 자리에서 그는 “야구는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열정을 털어놓았다. 특히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소속으로 혼자 4승을 거둔 고(故) 최동원의 역투를 보며 마음 속 영웅으로 삼았다. 김 구단주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피가 끓는다”고 말할 정도다.

대학 시절이나 IT 기업을 창업한 이후에도 김 구단주를 지탱한 건 역시 야구였다. IMF 때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의 활약에 용기를 얻어 다시 사업에 매진했다고 밝혔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때 본격적으로 자신도 야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켰다고 고백했다.

굴지의 기업을 모그룹으로 삼고 있는 기존 구단들과 달리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가로서 선수단 및 팬들과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또한 그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직접 자사 게임 리니지 광고에 허물없는 모습으로 종종 출연하면서 ‘택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얻었고, 매 시즌 첫 홈 경기와 마지막 홈 경기를 찾아 팬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 때는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 응원단을 찾아가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크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구단주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구단주의 ‘직관’에 크게 힘을 얻는다. 나성범은 “중요한 경기라고 자주 오셔서 응원해주니까 감사하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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