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경찰 간부가 처음부터 직접 챙긴다

입력
2020.11.23 12:46


앞으로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경찰서 간부가 직접 수사 지휘를 내리고 한 달 뒤 해당 사건을 한 번 더 점검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양천 입양모 학대사건'처럼 연이은 학대 의심신고에도 일선 경찰이 학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발길을 돌리는 바람에 피해 아동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관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4가지 제도 개선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주무과장인 여성·청소년 과장이 직접 해당 사건을 챙기게 된다. 주무과장이 사건 초기부터 개입해 수사지휘를 내리고, 한 달 뒤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 부실 수사로 학대신고가 무마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금은 일선 경찰관이 현장에 나가 학대 가해자로 의심받는 부모 등을 상대로 초기 수사를 벌이는데, 전문성 등이 떨어지다 보니 학대를 하지 않았다는 부모의 말만 듣고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혐의 없음' 처리를 할 때도 경찰 내부위원으로 구성된 '학대수사심의혐의체'를 통해 수사 처리에 문제가 없는지 한 번 더 따져보기로 했다.

반복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은 처음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이 계속 수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담당 수사관의 책임 수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일선 경찰서에 학대 의심신고가 2회 이상 반복될 땐 서울지방청에 즉시 보고하고 서울청이 수사 사항을 검토한 뒤 지도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은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소아과 전문의,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도 꾸리기로 했다.

서울청은 양천 사건과 관련 피해 아동의 학대의심 신고를 수사한 경찰에 대한 감찰도 진행하고 있다. 장 청장은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과 지휘감독자까지 모두 감찰하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해당 조치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결론 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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