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적용한지 사흘 만에 2단계 격상을 발표하면서 세분화된 거리두기 개편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방역', 나아가 경제 회복에 방점이 찍힌 단계 세분화였지만, 기준은 급격히 올린 데 반해 세부조치는 미흡해 단계 격상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혼란만 자초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대비 271명 늘어 누적 3만1,004명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가 엿새만에 200명대로 떨어졌지만, 주말 검사자 수 감소에 의한 영향이 크다.
최근 발병 추이를 보면 활동량이 많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고, 사우나 학교 학원 헬스장 등 일상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1,2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지역사회에 누적된 무증상·경증 환자들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0개월간 유행을 지속해오면서 감염경로 불명 사례가 수백 명씩 누적돼 왔다"며 "무증상·경증·미진단자로 인한 전파 위험성이 상당히 크고, 이것이 광범위해졌다"고 설명했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지자 정부는 지난 15일 예비경고 발표 이틀 만인 17일에 수도권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적용시점은 그로부터 다시 이틀 뒤인 19일 0시로 조정했다. 연일 100~200명씩 발생하던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로 진입하고서야 뒤늦게 1.5단계가 적용된 것이다. 19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343명에 달했다.
당시 전문가들이 "2단계로 곧장 가야한다"고 했음에도 정부는 줄곧 "아직 3차 대유행이라 지칭하기 어렵다"거나 "단계 격상 효과가 열흘 뒤부터 나타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사흘 연속 3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자 20일 돌연 3차 대유행이 시작됐음을 인정하고 22일 2단계로의 격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4일 0시부터 2주간 수도권에 2단계가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2단계 격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편된 거리두기가 도리어 방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계 격상 기준이 단번에 너무 높아진 반면, 세부조치는 치밀하지 못해 경각심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최근 2주간 일 평균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이면 3단계를 고려해야 했지만, 지금은 수도권 100명 이상 일 때 1.5단계가 적용된다. 1.5단계에서는 이용인원 제한이 강화되고 클럽에서의 춤추기 등이 금지되지만,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에서 춤만 안춘다고 감염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세부내용의 실효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취지다.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편된 거리두기는)지역사회 전파를 일정 수준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고, 그 전제는 전파가 많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서 위험을 수용하는 것인데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기준을 소폭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계에 맞는 정책적 보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과 방역의 보조를 맞춰 지속가능한 방역을 하는 게 목적이라면 최대한 일상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어 단계 격상 없이 하위단계에 머물도록 해야 하는데, 정작 정부는 소비쿠폰을 뿌리며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다만 전문가들 또한 코로나19는 모두가 처음 겪는 질병이고, 어떤 것이 옳은 지에 대해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만큼 계속해서 방역체계를 수정, 개편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 두 번 더 개편한다고 완벽해지는 게 아니다"며 "지속적인 수정을 통해 어떤 정책이 피해를 최소화하는지, 어느 정도면 감당 가능한지를 계속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