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중 한 명인 조영풍 광주평생교육진흥원장이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에 적힌 사유는 일신상의 문제였다. '취임 7개월 만에 자진 사퇴라니…'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주변에선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얼마 뒤 결국 사달이 벌어졌다. 조 전 원장이 "광주시 간부가 '이용섭 광주시장이 사표를 받아오라고 했다'면서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이에 시는 "조 전 원장이 스스로 물러났다"고 했지만 일부 사실관계를 놓고선 궁색한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23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5시 무렵 광주시 지도·감독 부서 A국장, B과장, C계장과 함께 광주시청 인근 커피숍을 찾았다. 이날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끝난 직후 B과장이 조 전 원장에게 찾아와 "A국장이 차 한 잔 하자고 한다"고 해서 이뤄진 일이었다. 여기까진 등장인물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들간 대화 내용을 두고 말이 엇갈린다. 조 전 원장은 "그날 커피숍에서 A국장이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내용을)말씀 드리긴 그렇고, (사퇴를)결정하셔야 되겠다'며 사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A국장이 성희롱 비슷한 말을 하면서 망신당하고 나갈거냐, 조용히 나갈거냐는 식으로 고압적으로 말했다"며 "당시 치욕스럽기도 해서 '뭐가 성희롱이냐'고 따졌지만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길래, 고심 끝에 이 시장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 사직서에 서명했다"고 했다. 조 전 원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이 시장 선거캠프에서 특보단장맡았다.
조 전 원장은 이어 "당시 B과장은 '시장님이 사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말을 했고, 내가 정말이냐고 물으니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국장은 "조용히 끝내자"고 재촉했다고도 했다. 조 전 원장은 또 "B계장이 A4 용지에 미리 작성해온 사직서를 노란 행정대봉투에서 꺼내서 건넨 뒤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과장은 "조 전 원장에게 이 시장이 사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당시 사직서도 조 전 원장이 스스로 써가지고 와서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계장의 말은 약간 다르다. C계장은 "어찌됐든 조 전 원장이 사표를 쓴 것은 맞지 않느냐"는 말만 강조했다. 조 전 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더니 C계장은 '대봉투에서 사직서를 꺼낸 뒤 조 전 원장에게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것은 대답할 수 없다"고 회피했다. 조 전 원장도 "커피숍엔 빈 손으로 갔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면 알 것 아니냐. 4자 대면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시가 찔리는 데가 있는 것 아니냐", "구린 게 없으면 왜 말을 못하냐"는 뒷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조 전 원장이 진흥원 운영 방향 등을 놓고 사무처장과 갈등을 겪다가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