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국내 현역 최연소 프로기사 김은지(13) 2단이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기원은 김은지가 미성년자이고, 이번 일에 대해 시인하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음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한국기원은 2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소속 기사 내규와 전문기사 윤리규정을 위반한 김은지에게 자격정지 1년 징계 처분을 내렸다.
올해 1월 만 12세 8개월의 나이에 입단해 '천재 바둑소녀'로 이름을 알린 김은지는 지난 9월 온라인 기전 '오로(ORO) 국수전' 24강 대국 중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대국한 정황이 포착돼 징계위에 회부됐다. 당시 대국에서 김은지는 국내 랭킹 7위의 베테랑 기사 이영구 9단을 꺾었는데, 이때 김은지가 둔 수가 AI 프로그램이 추천한 수와 거의 일치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한국기원과 국가대표팀은 AI 전문가에게 기보 판독을 의뢰했고, 결국 김은지는 한국기원 및 국가대표 코치진과의 면담을 통해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은 지난 3일 1차 진상조사위원회와 17일 2차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사건의 진상을 조사했다. 징계위는 조사위 의견을 토대로 '전문기사는 공식기전을 포함한 각종 기전에서 조언과 담합을 엄금한다'는 소속 기사 내규 제3조 제2항과 '훈수·고의패배·대리대국·개인전에서 2인 이상 연합대국·승부 담합 등 대국에서 금지 행위'에 관한 전문기사 윤리규정 제13조 제1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위는 김은지의 변론도 들었다. 미성년자인 김은지를 대신해 참석한 어머니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고, 아이 키우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주변을 살펴보지 못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은지도 '잘못된 선택을 반성하고 있으며 상대 대국자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한국기원에 제출했다.
징계위는 김은지가 △미성년자인 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징계 수위를 정했다. 김은지의 자격정지는 통지서를 수령한 날부터 1년이다. 자격정지 기간에는 모든 대회 출전이 금지된다.
이날 징계위와 함께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AI 프로그램 사용금지' 등에 관한 소속 기사 내규를 신설했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기사는 자격 정지 3년 또는 제명 징계를 받는다. 또한 징계를 즉각 시행하기 어렵거나 해당 전문기사의 기전 출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회 출전을 30일간 정지할 수 있는 긴급제재 조항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