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산책을 하던 소방관이 물에 뛰어든 30대 여성을 구조했다. 인명구조견을 훈련시키는 소방관이 직접 인명을 구한 것이다.
이창국(53) 중앙119구조본부 국가인명구조견센터장은 지난 17일 오후 8시50분쯤 대구 동구 아양교 인근을 산책하다가 이상한 낌새의 30대 여성을 발견했다. 금호강에 너무 가깝게 접근하는 것 같아 잠시 주변을 맴돌았다. 여성은 한동안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 발길을 옮기는데 등 뒤에서 "자살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이 주위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센터장이 인근에 있던 구명튜브를 던졌지만, 여성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여성이 물 속으로 잠기는 순간 이 센터장은 "구명튜브 줄을 잡아달라"고 인근 시민들에게 부탁한 후 몸을 날렸다.
여성을 산책로까지 끌어올렸지만 호흡이 없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꺽" 소리를 내며 호흡이 돌아왔다. 여성의 목에 줄이 감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톱깎이로 절단하자 또 다시 "꺽" 소리를 냈다. 파랗던 입술도 금세 분홍빛으로 돌아왔다. 차가웠던 몸에 온기가 돈다 싶을 무렵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이 여성은 무사히 생명을 건졌다.
이 센터장은 "혼자 한 일이 아니라 함께 있던 시민들과 같이 구한 것이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이 용기를 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대구소방안전본부 119특수구조단 항공대 헬기 기장으로 소방에 입문해 2월 중앙119구조본부 국가인명구조견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