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프로세스 2.0'  뜰까...이인영 만난 美 페리 "진화된 비핵화 프로세스 필요"

입력
2020.11.18 17:40
6면
"톱다운 위해 대북정책조정관 만들자는 제안도 오가"


바이든 시대의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해법을 고심 중인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케미' 재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암흑기였던 '오바마 3기' 대신 적극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펼쳤던 '클린턴 3기'로 흐름을 이끌기 위해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클린턴 행정부 당시 적극적 대북관여 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및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전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핵 능력이 진전하며 당시와 상황이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 장관은 "김대중·클린턴 정부 간 조율과 협력에 기초하였던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페리 프로세스’가 국민의 정부 당시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페리 프로세스 2.0’ 등 보다 발전된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페리 전 장관은 1999년 10월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아 △대북 제재 해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 △북미·북일 수교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등 대북 포용정책 로드맵인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한 인물이다. 정 부의장은 당시 통일부 차관을 맡아 페리 전 장관과 정책을 조율한 경험이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북미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 가능하도록 클린턴 정부 당시의 대북정책조정관 제도를 두자는 제안도 나왔다. 정 부의장은 이날 민주평통이 주최한 포럼에서 "바이든 정부와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 (미국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간 실무 협의채널에 얽매이지 말고) 대북정책조정관끼리 북핵문제를 풀어 가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페리 전 장관이 다음 달 바이든 당선인을 만날 예정인데, 이런 얘기를 전하겠다고 시원시원하게 말했다"고 간담회 분위기를 전했다. 정 부의장은 "바텀업은 북미 관계를 진전시키기 어려워 톱다운이 가능하려면 (클린턴 시절의)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판이 이렇게 짜이면 페리 프로세스를 현 시점에 맞춰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