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18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책임감을 갖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감당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의 ‘한 마디’에 서울시장 후보 야권 경쟁이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19일 이혜훈 전 의원을 시작으로 나경원, 김선동, 김성태 전 의원 등이 출마 선언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내 소신파였던 금 전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을 탈당한 순간 야권이 탐내는 카드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선명하고도 설득력 있게 부각시킬 수 있는 카드라서다. 금 전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도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을 떠나면서 금 전 의원은 “편 가르기, 말 뒤집기, 내로남불”이라며 여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18일에도 “민주당이 독선과 오만, 고집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야권을 향해선 "형식적으로 당 하나 만들어 간판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주도권 다툼에 중구난방이 되고 기성 지지자가 떠날 수 있다"며 "연대하려는 모든 세력이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곱셈의 연대"라는 이름도 붙였다. 야권 혁신 방안을 그가 꽤 오래 고민했다는 뜻이다. "'야권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금 전 의원은 “탈당한 뒤 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가 당내 후보 경선을 한다는 것은 어떤 설명을 붙이더라도 국민이 보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하는 것엔 선을 그었다. '배신자, 철새 프레임'을 걱정한 듯하다.
금 전 의원의 입당에 부정적인 것은 국민의힘 쪽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이 우세인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이 뒤집히지 않는 한,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간판으로 출마하는 것보다 '야권 대표 선수'로 나서는 게 승산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선거 전략적으로도 입당은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 시나리오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선출되는 서울시장 후보와 금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경쟁해 뽑히는 최후의 1인이 ‘야권 대표선수’로 나서는 그림이다. 국민의힘이 중도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무엇보다 흥행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서울시장 후보 경선준비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박원순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사례를 언급했다고 한다.
당 밖의 주자들까지 다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꺼지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경선을 흥행시키고, 본선 승리까지 이뤄내기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면 ‘필승 카드’가 될 수 있는 대선주자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어서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여의도 복귀 후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여러 차례 일축했다.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돼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대표도 오직 대선에 시선이 고정돼 있다.
국민의힘이 금 전 의원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금 전 의원은 야권에 기반이 없지만, 후보 단일화 방식을 일반 시민 여론조사로 하면 경쟁력이 있다. 경선 과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페이스메이커 혹은 메기 역할만 하느냐, 야권 대표선수로 서느냐는 결국 그 자신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