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스크 거부를 맹종하던 공화당 주(州)지사들이 이끄는 중서부 지역이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초토화되다시피하고 있다. 팬데믹(대유행) 초기부터 적극적인 방역을 외면한 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활동 조기 재개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후과다.
미 CNN방송은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을 방관해온 공화당 주지사들이 이끄는 중서부 북부 주들의 최근 7일간 신규 감염자와 입원환자, 사망자 수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인구 10만명당 신규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주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웃한 아이오와·와이오밍·네브래스카주 등에서도 신규 감염자와 입원환자가 부쩍 늘었다. CNN은 "이들 지역에서는 의료체계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코로나19 악화 상황을 사실상 수수방관한 트럼프 대통령 따라하기의 대표격으로 지목된다. 노엄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커녕 모임 인원 제한 조치도 거부했다. 그는 지난 7월 관할 지역인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를 겸한 불꽃놀이 행사 때 지역민의 참석을 독려했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유세에선 "사우스다코타 주민들은 자유를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지난 일주일간 양성 판정 비율 58%와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164명이라는 치명적인 수치로 나타났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줄곧 기본적 방역수칙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부하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3일에야 마스크 착용을 강제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노스다코타는 최근 7일간 인구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183명으로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았다.
와이오밍주는 인구가 58만명으로 가장 적은 지역인데도 인구 대비 신규 확진자 수는 네 번째일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그간 코로나19 대응을 "개인의 책임"이라고 강변하며 공개석상에서 수 차례 주민들을 비난하기까지 했던 마크 고든 주지사는 지난 13일 결국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 주지사도 전날에서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실내 모임 15명 이내 제한 등을 골자로 한 보건명령을 내렸다. 최근 2주 새 신규 확진자와 입원환자 수가 각각 두 배 이상 늘어날 만큼 상황이 심각해진 데 따라서다. 그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던 9월에 "마스크를 썼으면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더라도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새 지침으로 논란을 빚었을 만큼 방역과는 담을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