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서관의 ‘진화’ 어디까지... 방향은 '특화'와 '개방'

입력
2020.11.18 14:33
‘부산도서관’, 23개 온라인 콘텐츠 갖춰
문학 행사나 북큐레이션도 상시 운영
연제구→만화, 기장군→해양수산 특화
북구→경로당과 결합한 열린 공간으로


지난 4일 오후 2시 부산 사상구 덕포동 부산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개관식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가위로 자르자 리본이 폭죽처럼 공중으로 솟아 오르면서 도서관 개관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그 동안 개관을 기다려 왔던 시민들이 일제히 도서관으로 들어가 새로 문을 연 도서관을 구경하고,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시민은 “도서관 외관도 멋지고 색다른 공간과 책들이 많아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부산에 다양한 형태의 지역 도서관들이 새로 문을 열거나 건립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도서관의 성격을 차별화 하고 기존과는 확 달라진 방식으로 건립하는 등 도서관의 '진화’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이날 문을 연 ‘부산도서관’은 부산 최초의 직영도서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4개의 자료실과 11개의 특화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일반도서와 아동도서 등 11만2,969권의 도서와 전자책, 오디오북 등 7,589종의 비도서 자료를 구비했다. 학술DB, 음악ㆍ영화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 등 23개의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작은 규모의 문학 행사를 열거나 특화 북큐레이션도 상시 운영한다.

부산도서관 측은 “공공성을 확보한 개방적 구조로 인근 주거지역과 소통하는 공공보행로를 확보해 주변 모든 곳에서 접근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특화’ 도서관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전국 최초 공립만화도서관 조성을 진행하고 있는 연제구는 최근 도서관 명칭을 ‘연제만화도서관’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 도서관의 연면적도 당초 1,870㎡에서 2,200㎡로 확대하고 사업비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연제구 관계자는 “만화도서관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이며, 개관 시 만화 장서 3만 권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내년 설계용역을 마치고 2022년 착공할 계획이다.

연제구는 연제만화도서관 건립에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3개 분과 30명 내외의 자문단을 만들기 위해 현재 공개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기장군은 ‘해양수산 특화 작은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유일의 해조류전문기관인 기장군 해조류육종융합연구센터는 센터 4층에 다양한 해양수산관련 도서와 자료를 갖춘 도서관 건립해 내년 하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해양수산 관련 대학,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도서관에 필요한 서적과 자료 등을 기증 받고 있다. 기장군은 이미 관련 서적 3,400여 권을 확보한 상태다.

기장군 측은 “지난 6월 문을 연 ‘해양수산아카데미관’을 새 도서관과 연계해 지역사회 해양수산 지식의 정보매체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과 결합한 도서관도 등장한다. 부산 북구는 지역 내 경로당 2곳에 ‘상학도서관’과 ‘솔밭도서관’ 준공을 마치고 다음 달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노인 이용 인구가 줄어든 만덕동 상학경로당 2층 건물 중 1층에만 약 60㎡ 크기로 경로당을 남겨두고, 나머지 1층과 2층을 합쳐 171㎡ 규모의 상학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노인 이용 인구가 많은 화명동 용두골솔밭경로당은 1층 135㎡를 그대로 경로당으로 운영하는 대신 2층을 증축해 187㎡ 규모의 솔밭도서관으로 꾸몄다.

북구 관계자는 “지역의 경로당을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도서관으로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지역 내 작은 도서관들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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