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패배 불복 열흘째인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꿋꿋이 할 일을 해나갔다. 백악관 주요 참모 명단을 추가로 발표했고, 주요 장관 후보자와도 접촉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특히 전직 당국자들과 외교안보 이슈를 논의하고 해외 주요 정상과 전화통화를 진행하는 등 "미국이 돌아왔다"는 외교정책 메시지 전달에도 주력했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이날 백악관 주요 비서진 9명을 공개했다. 30년 측근인 론 클레인 비서실장 임명에 이어 대통령을 보좌할 핵심 비서진을 추가한 것이다. 대부분 바이든 당선인과 백악관, 민주당, 선거캠프 등에서 손발을 맞춰본 인사들이다.
우선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젠 오맬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이 부비서실장에 임명된 게 눈에 띈다. 44세 여성인 딜런 부실장은 백악관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공동위원장이자 의회 내 '흑인 코커스' 의장 출신인 세드릭 리치먼드 하원의원은 선임고문 겸 대외협력실장을 맡는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 재임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스티브 리체티도 선임고문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제약회사 로비스트 경력 때문에 민주당 내 진보그룹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남은 주요 보직은 내각 인선과 맞물려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급 인선의 경우 미국 추수감사절(26일) 이후인 12월 초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내무장관의 경우 원주민 라구나푸에블로족 출신인 뎁 할란드 하원의원에게 제안이 갔다고 더힐이 전하는 등 후보군은 속속 좁혀지는 분위기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안보 행보도 멈추지 않았다. 유럽 주요 국가와 한국·일본 정상 통화에 이어 이날은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이스라엘 정상들과도 잇따라 전화 통화를 했다. 인수위는 "바이든 당선인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안보와 유대인·민주주의 국가로서 미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통화 후 "지금까지 13명의 정상급 인사와 통화했다"면서 "메시지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이고 미국은 더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직 외교·정보·국방분야 고위 당국자 및 전문가들과 국가안보를 이슈로 화상 브리핑도 진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취임 전 당선인에게 제공해왔던 일일 정보 브리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보 대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해임된 스탠리 맥크리스털 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인수위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수 첫 날 넘겨받을 외교·국방·정보분야 과제들을 브리핑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보 부족 우려도 여전하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당선인이 기밀정보 브리핑을 받지 못할 경우 취임 직후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결국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상원의원 자격으로 정보 브리핑을 챙기고 있을 정도다. 바이든 당선인은 화상 브리핑 참석자들에게 “평소라면 지금쯤 나와야 하는 브리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