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 전 ‘영상녹화’ 증거 보강… '김봉현 시즌2’ 막는다

입력
2020.1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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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로비' 기존 진술 내용 영상으로 녹화
"재판 등서 진술 번복 가능성 차단 의도" 분석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6ㆍ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기존 조사 내용에 대한 영상 녹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피의자들 기소에 앞서 이미 확보해 둔 진술들의 증거 가치를 보강하기 위해서인데, 향후 재판 단계 등에서 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옥중 폭로’처럼 종전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락현)는 최근 들어 김 전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혐의와 관련돼 있는 주요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을 다시 불러 기존 진술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조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앞선 검찰 조사 때 강압수사나 회유가 있었느냐’고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듣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라임 사태 수사 과정에서 ‘제한적인 경우’에만, 영상 녹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된 부분에 영상 녹화를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과거 검찰에서 “기 의원에게 맞춤 양복과 현금 수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었으나, 지난달 16일 공개한 옥중 입장문과 그 이후 법정 증언 등을 통해선 이를 번복한 바 있다. 때문에 라임 수사팀은 전날에도 김 전 회장을 재차 소환해 영상 녹화를 진행하고, 정치권 로비 관련 진술의 구체적인 수정 범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 같은 영상 녹화 작업은 기소 전 피의자나 참고인 진술의 증명력을 강화하는 한편,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와 같은 진술 번복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에서 진술했던 내용을 법정에서 뒤집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얘기다. 영상 녹화는 피의자 조사 땐 검찰이 사용 여부를 정할 수 있고, 참고인의 경우엔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적극적인 조사를 벌이기엔 한계가 있고, 실무 비용도 수반돼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 김 전 회장도 옥중 폭로 이후, 법무부 감찰 조사 때부터 영상녹화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별도 전담팀이 맡고 있는 ‘라임 관련 검사 향응 수수 의혹’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면서 접대 상대방으로 지목한 현직 검사 3명과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를 지난 15일 모두 소환 조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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