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순위 조작 항소심도 실형...시청자에 100원 배상

입력
2020.11.18 12:00


음악 전문 채널 엠넷(M.net)에서 방영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준영 메인 프로듀서(PD)와 김용범 총괄 프로듀서(CP)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순위 조작으로 탈락한 피해 연습생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진정한 피해 배상이 가능하다"며 법정에서 피해 연습생의 명단도 공개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8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안 PD에게 징역 2년을, 김 CP에게 징역 1년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상급자들의 지시에 따라 투표 조작에 가담한 이모 보조PD에게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모두 1심과 같은 형량이다. 안PD에게는 연예기획사 관계자에게 받은 접대 비용 3,700여만원의 추징 명령도 부과됐다.

안PD 등은 최종 선발 멤버를 미리 정해 놓고도 시청자들의 온라인·문자·현장 투표로 최종 멤버 선발을 하는 것처럼 속여 방송사가 투표 수익금 상당을 취득하게 하고(사기), 방송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로부터 "소속 연습생들에게 유리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순위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시킨 피해 연습생들은 평생의 트라우마를 가지게 됐고, 국민 프로듀서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방송에 대한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며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과는 참담하게도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작진들에 대한 원심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안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에게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원심의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시청자 박모씨가 신청한 배상명령신청도 인용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시청자를 속인 사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선언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프로듀서 3명이 공동으로 박씨에게 문자투표 비용 100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부 피해 연습생 공개... "진정한 피해 배상의 출발점"

재판부는 투표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의 명단도 공개했다. 재판부는 "물질적 배상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피고인들이 피해 연습생들을 억울하게 탈락시켰다는 사실이 공정한 형사재판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 진정한 피해 배상의 출발"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앞서 엠넷의 모회사인 씨제이이앤엠(CJ ENM) 측은 지난해 "순위조작으로 피해 입은 연습생에 대해서 책임지고 배상할 것이며 금전적 보상은 물론 심도 있는 피해구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또한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들의 명단도 공개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최선이지만, 이 연습생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고 피고인들을 대신해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커 공개하지 않는 차선을 택했다"고도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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