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사망에 뿔난 시민들, 靑 청원 독려 움직임

입력
2020.11.17 16:00
한달 새 관련 청원 여러 건… 20만명 돌파는 아직
시민단체, 양천경찰서 항의방문 하기도

생후 16개월 A양이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진 사건이 알려진 이후 분노한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관련법 강화와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예상보다 동의자 수가 저조하자 온라인상에서는 청원 동의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언론 보도로 영아가 학대를 당해 사망한 사실이 처음 알려진 이후 17일까지 한달 새 관련 청원이 6건 이상 올라왔다. 여러 건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달성한 청원은 아직 없다.

지난달 19일 올라온 아동학대 신고 관련 법 강화를 요청한 청원은 마감을 하루 앞둔 이날 기준 11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는 청원 동의를 호소하는 글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한 지역 맘카페 이용자(쑥****)는 이날 "하늘로 간 사랑스러운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는 없다"는 글과 함께 청원 게시물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 글은 "A양이 30대 부부에게 입양된 후 이미 3차례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데 경찰은 신고 당시 학대로 단정할 정황이 없다고 돌려보냈다"며 "아동학대를 신고할 때 보다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가정폭력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 절차를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생명의 꽃이 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청원 글도 올라왔다. 다만 이 청원은 1만명의 동의도 채 받지 못했다.

관련자 처벌·관련 제도 정비 청원 잇달아

청원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또 다른 청원인은 11일에 올린 청원 글에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A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아동학대 의심 사건에서만큼은 단 하나의 의심스러운 사항이 보이더라도 끝까지 수사하고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2일과 13일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달라"는 내용과 "경찰 관계자를 처벌하고 관련 법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각각 올라왔다.

입양제도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달라는 청원도 있었다. 한 청원인은 16일 "이 사건의 근본은 아동학대의 범주가 아닌 입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피의자만 처벌한다면 지금과 같은 사건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입양을 보낸 기관에서 사후 관리를 스스로 하게 되니 건강하지 못한 기관일수록 사후 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사후 관리를 하는 방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고, 적절한 방법을 찾아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A양 위탁모 "양부, 양모 모두 강력 처벌 받아야"

시민단체도 나섰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전날 양천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만약 세 번째 신고라도 철저히 조사했다면 어쩌면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A양이 입양되기 전 9개월간 지냈던 위탁가정의 위탁모도 이 자리에 나와 "양부, 양모 모두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렇게 나쁜 사람들인 줄 몰랐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16개월 영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현장에서 학대 혐의 입증이 어렵더라도 관련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동에게 멍·상흔 등이 발견되면 부모와 아동을 바로 분리 조치한다"고 밝혔다. 또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된 가정을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앞서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A양이 병원에 올 당시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어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양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30대 부부에게 입양된 후 최근까지 주변인으로부터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세 차례나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경찰은 매번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A양을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을 숨지게 한 엄마 B씨는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 이날 구속됐다. 경찰은 B씨의 남편도 공범으로 봤지만, 폭행 가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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