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찾은 경기 광주시 퇴촌면 국가하천인 경안천(길이 27km)은 갈색 빛이 완연했다. 경안천으로 유입되는 상류엔 정체 모를 부유물이 떠다녔다. 직경 1m의 우수관에선 시커먼 물이 쏟아졌다. 이 물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수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한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대로 뒀다간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날 경안천 인근에서 만난 김모(40)씨도 "상수원보호구역인 경안천도 그렇지만, 경안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상류 실개천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흘러들어가는 경안천의 수질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안천의 수질 오염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환경부의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안천 수질(2~4등급)은 지난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9ppm로, 팔당호로 합류하는 남한강(1.2ppm)과 북한강(0.9ppm)에 비해 높았다. 같은 기간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3등급(보통)인 6.0㎎/ℓ에 달했다. 1등급(좋음) 수준인 북한강(3.5㎎/ℓ)과 남한강(3.9㎎/ℓ)에 비교하면 수질은 뚝 떨어진다.
전체 유역의 상당 부분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서 비껴 나 있는 경안천(유역 211.4㎢)이 이미 상수원의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안천 유역 인구는 2016년 51만명에서 올해 70만명을 넘어섰다. 경안천 수계인 용인ㆍ광주 공장설립 건수도 2000년 1,536곳에서 2018년 4,411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 수질오염의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김기준(37) 조안면통합협의회장은 "상수원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도로, 공사장, 축사 등에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비점오염물질을 거르는 오염저감시설이 빈약한 게 현실"이라며 "경안천 수질 오염은 식수원인 팔당호까지 번질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안천 수질 개선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결국 남양주시는 정부에 수도권 상수원의 다변화를 건의했다. 조광한 시장은 "더 이상 40년 된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로 특정 지역 주민들만 고통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팔당 상수원을 북한강, 남한강 상류로 다변화 하는 정책을 공론화하는 등 해결방안을 찾아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