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처리했다면…" 구미 환경자원화시설 화재, 의성 쓰레기산 축소판

입력
2020.11.18 16:30
구미시 근시안적 늑장행정 탓
소각로 용량 부족 미처리 쓰레기 쌓여
이전 처리장서 가져온 5만톤도 그대로


첫 발화 1주일여만에 꺼진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환경자원화시설 화재는 ‘의성 쓰레기산’ 축소판이라는 지적이다. 구미시의 늑장행정으로 반입된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쌓아두다 불이 났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지난 9일 낮 구미환경자원화시설에서 난 불은 1차 진화했으나 11일 밤 재발, 16일 오후 6시쯤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정상적이라면 있을 수 없는 화재라는 점에서 구미시의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의성 쓰레기산은 민간업자가 반입한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고 쌓아두는 바람에 툭하면 불이 났다. 2018년 말 발생한 불은 아파트 10층 높이, 19만톤 넘게 쌓인 쓰레기 깊숙이 파고드는 바람에 몇 달이 지나도록 꺼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엔 미국 CNN방송이 ‘한국의 플라스틱 문제는 문자 그대로 엉망진창’이라는 보도에서 의성 쓰레기산을 대표적 사례로 들어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의성군은 수백억원을 들여 업자를 대신해 연말까지 다 치운다는 계획이지만 미지수다.


구미 쓰레기 산도 비슷하다. 반입 쓰레기에 비해 처리용량이 부족, 남은 쓰레기를 쌓아두다 일어났다.

구미시 등에 따르면 환경자원화시설 소각로 처리 용량은 하루 200톤. 시는 반입된 재활용품과 생활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하고, 비가연성과 소각 잔재물은 매립하고 있다.

문제는 매일 나오는 가연성 폐기물이 200톤을 훨씬 넘는 바람에 계속 쌓이고 있다. 미처리 쓰레기가 2016년에는 하루 70톤에 달했고, 지금도 가구 소파 등 대형폐기물을 중심으로 매일 30여톤이 쌓인다. 화재 직전까지 쌓인 가연성폐기물은 1만7,000톤에 달했다.

이번 불로 타고 진화 과정에서 매립한 물량 등을 빼고도 1만톤이 남았다. 게다가 옆에는 이전 처리장에서 가져온 미처리물량 5만톤도 있다. 경북 제2의 도시 구미시에 시설 부족으로 6만톤의 쓰레기 산이 남은 셈이다.

이는 구미시의 근시안적 행정에다 뒷북행정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구미시는 1980년대초부터 운영해 온 ‘구포매립장’ 사용연한이 다 돼 오자 2004년 12월 입지공개 모집 후 7년 만인 2011년 1,146억원을 들여 어렵게 산동면에 환경자원화시설을 준공했다.

당초 소각로 용량 하루 300톤으로 계획했으나 예산과 환경부 협의 등의 과정에서 200톤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각로 용량 문제는 2015년 시의회를 중심으로 본격 제기됐으나 묵살당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도 구미시의회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구미시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묵살했다.

미처리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2018년 송용자 의원이 다시 이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구미시는 2019년도 예산에 타당성 조사 예산 2,200만원을 반영했다.

증설 필요성이 인정됨에 따라 구미시는 수익형민자사업(BTO)으로 내년 초 증설 여부를 확정하고 착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사기간만 5~7년이 걸리고, 사업비도 350억 원 가량 들 것으로 보여 제때 추진될지 미지수다.

인근 주민들은 “의성에서도 툭하면 불이 났다는데, 결국 소각로를 증설할 때까지는 쓰레기산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인근 주민들은 또다시 불이 나지 않을까 불안감에 떨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당장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기는 힘들다”며 “화재 예방을 최우선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쓰레기를 조금씩 분리하는 방법으로 방화벽을 만들고 대형 파쇄기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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