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 공식 발표된 16일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선 정반대의 전망이 동시에 나왔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만큼 해외직구 시장이 크게 확대될 거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선 아무리 아마존이라도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이번 협업이 아마존과 SK텔레콤이 그릴 ‘더 큰 그림’의 시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소비자들이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어떤 상품들을 언제부터 구입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11번가 측은 “구체적인 서비스 시작 시점이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선 일러야 내년쯤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 상품이 11번가에 들어오게 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아마존에서 직접 주문하거나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살 때보다 구입 비용과 배송 시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해외직구를 시도해보지 못한 소비자들도 좀 더 쉽게 아마존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장점은 아마존 상품을 국내에 대량 들여와 놓고 판매해야 극대화한다. 물류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11번가는 오픈마켓 형태라 쿠팡이나 쓱(SSG)닷컴 같은 물류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
해외직구를 꺼리는 소비자들은 배송된 상품이 파손되는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다. 11번가가 아마존 상품을 판매한다면 이런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에 기반이 없는 아마존이 새로 진입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때문에 아마존이 당장 한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기보다 11번가의 모기업인 SK텔레콤과의 중장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번 협력을 계획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마존으로선 포기하기엔 아쉬운 한국 시장에 대해 진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신사업 창출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가 향후 어떤 사업을 하든 말단에는 소비자와의 접점인 유통 채널이 필요하다. 아마존과 SK텔레콤은 이번 협력으로 미래의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살 수 있다는 걸 전면에 내세웠을 뿐 결국은 SK텔레콤이 글로벌 유통 기업과 기술적 협업을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 단계라는 의미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