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한국 교수 "대학 측이 강의서 BTS 빼라 요구"

입력
2020.11.16 16:29
SCMP "K팝, 中 당국이 '정치적 뜨거운 감자'로 여겨"
쓰촨대-피츠버그 인스티튜트 해당 교수는 강의 거부


K팝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전쟁 등 한국 동맹의 역사를 언급했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이후 현지 대학에서 BTS 관련 내용이 검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쓰촨대와 미국 피츠버그대가 중국 쓰촨에 공동 설립한 쓰촨대-피츠버그인스티튜트(SCUPI)의 한국 국적 조교수 정아름씨는 최근 경영대에서 K팝의 소프트파워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교 당국으로부터 BTS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라는 얘기를 들은 후 강의를 거부했다. 정 교수는 "학교 당국이 강의 내용을, 그것도 (중국) 국수주의자들이 뿜어낸 터무니없는 주장 때문에 관련 부분을 검열하려는 것에 불쾌했다"며 "나는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한국의 K팝에 매료된 가운데 K팝은 중국 당국에 의해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전했다.

또 "중국에 거주하는 12만1,000명의 한국인들은 양국 간 정치체계와 미국에 대한 시각 사이에서 갇혀 시험에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한류가 높은 인기를 누리던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한류에 빗장을 건 사례를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 학생은 매체에 "나는 10년 넘게 중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은 위협적"이라며 "자국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일지라도 한국 학생들이 중국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제재를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달 7일 BTS는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을 받으며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런데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이 "당시 희생된 중국 군인들을 모욕했다"며 BTS를 향한 중국인들의 반감을 부추겼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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