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위험하단 말로는 국제사회 공감대 못 이끌어”

입력
2020.1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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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전문가, 관련업계 자성 촉구


“전문가들이 모여 정량적인 ‘숫자’를 갖고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는 위험하다’는 막연한 말로는 국제사회 공감대를 끌어낼 수 없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 대해 국내 원자력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난 서 교수는 “일본의 주권문제라는 우리 외교부 장관 발언을 듣고 경악했다”며 “오염수 방류로 직접피해를 입게 될 환태평양 국가는 이해당사자로서 일본 정부가 다른 결정을 내리도록 국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강경화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전 오염수 방류 후 1~7개월 안에 방사성 물질이 제주도 근해와 서해에 도달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선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와 주변에서 흘러든 빗물ㆍ지하수가 합쳐지면서 매일 15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만들어진다.

이를 정화해 원전 주변 탱크에 담아놓는데 현재 총 저장량은 123만톤. 2022년이면 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로 인해 62종의 방사성물질을 정화하도록 설계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독성을 낮춘 뒤 바다로 내보내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서균렬 교수는 “ALPS는 애초에 삼중수소와 탄소14는 거르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며 “APLS의 기능이 100% 작동한다 해도 대표적인 방사성물질은 그대로 방류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중수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피부도 뚫지 못하지만 물고기 섭취 등을 통해 일단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몸속에서 헬륨으로 변하면서 베타선을 방출, DNA에 손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탄소14 역시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서 교수는 일본 정부가 언급하지 않는 중수소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삼중수소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1개씩 있는 중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붙어 만들어진다. 그는 “중수소의 양이 삼중수소보다 더 많다는 뜻”이라며 “중수소는 방사선 배출량은 적지만 그 자체로 독극물”이라고 말했다. 체내의 수분 중 50%가 중수로 채워지면 생쥐 등 실험용 포유동물은 1주일 내 사망한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국제 여론전에서 한국 정부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것을 “자초한 결과”라고 평했다. 물론 일본 측이 자료를 숨기는 이유가 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 내부와 달리 우리나라는 관련된 연구가 거의 전무했고 정량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올해 2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방안을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했을 정도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방안이 방류로 결정나면 돌이킬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일본 주장을 반박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개된 자료인 후쿠시마 원전 내 저장됐던 연료량과 원전 운전 이력, 사고 당시 상황, 반감기 등을 추산해 국제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국내 원자력계도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는 반드시 짚고 가야 원전 산업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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