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원 없으면 내년 아프리카엔 인류 멸망 수준 기근"

입력
2020.11.16 12:30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 AP 인터뷰
"코로나19로 돈 번 이들 상대로 모금 운동 나설 것"


내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큼 심각한 최악의 식량 위기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됐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WFP본부에서 열린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올해보다 더욱 심한 최악의 식량위기가 내년에 닥쳐올 것"이라고 전했다.

WFP는 기아 퇴치를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 식량원조기구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톰슨 피리 대변인은 "거의 모든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을 때 WFP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였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서도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WFP는 식량과 구호 물자를 실어 나르고 이를 나눠주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식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비즐리 사무총장의 경고다. 그는 통신에 "우리는 분쟁·재난지역과 난민 수용소에서 식량을 공급했지만, 가장 힘든 시기는 바로 지금부터"라며 "내년에는 더 극심한 식량난과 기근이 닥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모든 국가의 경제가 악화됐다"며 '중·저소득층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당장 3∼6개월 안에 20여 개국은 식량 부족 위험도가 급증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지원이 없으면 2021년에는 성경에 묘사된 인류 종말의 기근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WFP는 예멘·남수단·나이지리아 북동부 등은 오랜 분쟁으로 이미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고, 아프가니스탄·카메룬·중앙아프리카공화국·콩고 등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WFP는 그러면서 기아 해소와 아동 지원 등을 위해 내년에 150억달러(약 16조6,000억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기부금을 확보한다면 세계적인 기근을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 30개국은 기근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조만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금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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