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확진' 벤투호 감염 경로 알 수 없다... A매치 500승도 빨간불

입력
2020.11.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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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성사된 해외 평가전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떠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명이나 나왔다. 감염 경로도 불분명한 데다가 선수단 내 감염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 평가전의 또 다른 목표였던 A매치 통산 500승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이하 현지시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권창훈(26·프라이부르크) 김문환(25·부산) 나상호(24·성남) 이동준(23·부산) 조현우(29·울산) 황인범(24·루빈카잔)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6명을 잃은 한국 대표팀은 14일 멕시코와의 친선전에서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이상 28)가 합작해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선전했지만, 후반 들어 3골을 내리 내어주며 2-3 역전패를 당했다.

문제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최대 2주간의 잠복기(평균 4~7일)가 있는 코로나19 특성 때문이다. 이번에 소집된 선수들은 출국 72시간 전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도 잠복기라 검출이 되지 않았을 뿐,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을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잠복기 때문에 국내나 소속팀에서 이미 감염된 후 대표팀에 합류했을 가능성이나, 비행기나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모두 지울 수 없다"며 "1차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던 김문환과 나상호가 재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잠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지 훈련장 내에서 감염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왔다. 국가대표팀이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BSFZ아레나 보조 구장에서 현지 육상 선수들도 훈련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협회는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당초 사용하기로 했던 훈련장이 오스트리아 당국의 폐쇄 조치로 사용이 어려워져 이 구장을 사용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훈련장이 야외인데다가 우리 선수들은 피치를, 그들은 트랙을 사용해 공간 분리가 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여전하다. 누가 가장 먼저 감염됐는지 여부를 떠나 이미 10일부터 함께 훈련해왔기 때문이다. 선수단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외출 금지는 물론 호텔 한 층을 통으로 쓰고, 호텔 투숙객과 분리돼 다른 곳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되레 이 때문에 선수단내 밀접 접촉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마스크를 끼지 않고 진행하는 야외 훈련에서 비말이 튀거나 신체를 부딪혔기 때문에 감염에 노출됐을 여지가 크다. 협회는 "실내에서 훈련을 할 때는 마스크를 항상 끼고 생활했지만, 야외 훈련 땐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추가 코로나19 검사 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다.

결원이 많아지면서 한국의 A매치 통산 500승 신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10시로 예정된 카타르와의 친선전 진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제축구협회(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 상 출전 가능 선수가 13명 이상(골키퍼 1명 포함)일 경우에만 경기 진행이 가능한데,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올 경우 무산될 수 있다.

선수단 내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는다 해도 카타르를 상대로 승리를 확언할 수 없다. 급조된 수비진의 엉성함이 멕시코전 주요 패인으로 작용했기 때문.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은 멕시코전 직후 인터뷰에서 "공백이 생긴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상대 측면 공격을 차단하려고 파이브백을 썼다"면서 "수비할 때 우리 진영에서 볼을 많이 뺏겨, 수비적으로도 많은 찬스를 허용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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