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야구수다] 경험의 차이보다 무서운 습관의 차이

입력
2020.11.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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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차이, 있었다. 하지만 습관의 차이가 더 컸다.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플레이오프 4차전 승부는 KT 포수 장성우의 나쁜 습관이 결국 패전의 빌미가 됐다.

KT 선발 배제성에 이어 두 번째로 올라온 조현우가 두산 좌타자들을 잘 묶고 있던 4회말 2사 후 4번 김재환 타석, 0B-2S 상황 3구째였다. 낮게 바운드 된 슬라이더에 김재환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지만 포수 장성우가 이 공을 막아내지 못한다. 몸으로 막으려 하지 않았고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플레이가 가볍다.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하게 마무리하지 않는 그의 나쁜 습관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로 김재환은 주자가 됐다. KT 벤치는 후속 최주환 타석 때 초구에 다시 한번 폭투가 나오자 조현우를 내리고 1차전 선발이었던 소형준을 마운드에 올리게 된다. 소형준은 불리한 볼 카운트를 회복하지 못하고 3B-1S 상황, 결국 최주환에게 결승 2점 홈런을 허용했다.


포수 장성우의 나쁜 습관 하나가 벤치도, 투수도, 자신까지 모두 준비하지 못했던 상황과 맞닥뜨리게 했다. 실수는 또 다른 실수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상황을 가볍게 여겼다.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읽고 대비하는데, 최선과 최악의 경우 수가 있다면 포수는 늘 최악의 경우 수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최선의 경우 수만 생각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한 김재환이 다시 폭투로 2루에 진루해 있었다. 타자 최주환이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상태였지만 이는 적응의 문제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KT 벤치와 포수 장성우는 비어있는 1루를 채우고 다음 타자인 박세혁과 승부를 새롭게 하는 게 맞았다.

타자 절대 유리 볼 카운트 3B-1S였다. 모든 타자가 자신의 스윙을 적극적으로 하는 볼 카운트다. 그리고 타석의 최주환은 그런 경향이 아주 강하다. 속된 말로 ‘모 아니면 도’의 스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3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졌다. 앞선 2구가 볼이었고 마지막 3B-0S에서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에 들어왔다. 3구 연속 체인지업, 다음은 빠른 공이다. 그리고 타자는 노림수에 실패해도 다음 공이 또 있는 여유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에 급하게 올라온 소형준의 첫 타자였다. 경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최주환은 몸 쪽에 아주 강하다. 몸 쪽의 깊은 공도 파울로 만드는 뛰어난 기술도 있다. 타자 절대 유리 볼 카운트, 변화구 3구 연속 투구로 흔치 않은 빠른 공 노림수의 아주 높은 확률, 실투는 정말 위험했다. 투수의 상황은 실투의 확률이 아주 높았다.

포수 장성우의 둔감함이 상황을 놓쳤지만 사실 KT 벤치가 놓쳤다고 볼 수도 있다. 혹은 잘 치고 있는 박세혁보다는 최주환, 여기가 승부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이 너무 위험했다.

플레이오프 시리즈, 마지막 4차전 모두 두산 벤치의 압승이었다. 두산을 기다리며 경기 이전부터 먼저 승부수를 던진 이강철 KT 감독의 패배였다. 이기려고 덤비다 보니 기대만 커졌다. 시야가 좁아지고 결단의 속도가 달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을 보면 선수를 끝없이 신뢰하지만 신용하지는 않는다. 모두 기대대로 잘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지만 욕심은 갖지 않는다. 이는 선수들의 한계를 잘 알지 못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평상시 선수를 선수로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결과로 평가 받고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감독으로서 더없이 좋은 습관 중 하나다. 그 습관이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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