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죽이기' 서울시향 직원들은 공익제보자 아닌 형사기소자"

입력
2020.11.13 18:30
서울시의회, 문화본부 행정감사서 질타 
시향 인사위원회 미개최 다시 도마 위에
강은경 대표 "인원 부족하고 재판 중이라…"
직원들은 "기소 전에 승진해 문제 없다"


서울시의회가 6년 전 서울시향 사태 당시 '박현정 죽이기'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에게 13일 재차 촉구했다. 시의회는 지난 6일에도 직원 3명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1년 이상 인사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태호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서울시 문화본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람이 죽어야만 인사위가 열리는 것이냐”고 강 대표를 질타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기소된 직원들이 소속된) 사무국 인원이 적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김소영 의원은 그러자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받아야 할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며 “서울시향이 2016년 3월 관련된 직원들을 ‘공익제보자’로 보호한다고 발표했지만, 박현정 전 대표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진 순간 (직원들은) 더 이상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형사기소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인사위 개최를 망설이지 말고 결단을 내려 달라”며 “강 대표의 책임은 인사위 결과가 아니라 개최 자체”라고 말했다.

김소영 의원은 서울시 문화본부에도 직원들에 대한 인사조치 의무를 재차 확인했다. 김 의원은 문화본부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경탁 문화정책과장에게 “인사위 개최가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향과 제가 받은 법률자문에서 동일하게 지적하는 내용”이라며 “기소된 지 1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인사위 개최를 미루려는 것이냐”고 꾸짖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황규복 위원장까지 가세했다. 황 위원장은 "징계를 주기로 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안건 상정을 하고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게 의원들의 지적”이라며 “올해 안에 인사위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향 사태’는 2014년 말 시향의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당시 대표에게 ‘성추행과 막말 여성’이라는 굴레를 씌워 박 전 대표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한 사건이다. 박 대표와 갈등을 빚던 직원들은 같은 해 10월 폭언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탄원서와 출처불명의 호소문을 유포했고, 박 대표는 떠밀리듯 서울시향을 떠나야 했다. 호소문을 작성한 직원 10명은 박 대표에 대해 강제추행과 성희롱, 업무방해 등의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거나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반면 박 대표를 공격했던 직원 10명(5명 기소·5명 기소유예)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줄줄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직원들이 시향 사태 이후 승진하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이와 관련해 승진이나 보직 이동이 형사재판에 넘겨지기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의 한 직원은 한국일보에 “해당 직원들의 승진 및 승급 시기는 2019년 1월로, 지난해 7월 기소된 이후에는 직위 및 직책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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