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스가 선언' 띄웠지만... '강제 동원 배상' 해법 찾기 난망

입력
2020.11.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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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당정이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와 '문재인 · 스가 선언' 등을 띄우며 연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낙연 "한일정상회담으로 현안 해결 촉진해야, 문· 스가 성명 기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8차 한일포럼에서 "일본 측은 현안이 풀려야 정상회담을 할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회담을 해서 현안이 풀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현안 해결을 촉진하는게 지도자들의 역할이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띄웠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문재인 스가 공동성명 같은 것이 나올 수는 없을까"며 "향후 10, 20년 한일관계의 바람직한 토대가 될만한 선언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 해야 한다"며 "역사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정립해나가는 '한일 신시대선언 2020'을 채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나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문재인·스가 선언' 필요성을 제안한 데 대해 당이 힘을 싣고 나선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 수출규제, 한일정보보호협정 등 한일간 누적된 갈등 현안을 실무선에서 풀기 어렵다 보니 정상 회담과 선언으로 관계 개선의 토양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일관계 회복에 소극적이었던 당정이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이후 달라질 한반도 역학 관계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다보니 미국이 적극 개입하기 전에 한일 갈등 사안을 푸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북한 참여를 이끌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척시키려는 정부 입장에선 한일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하는 과제다. 이 대표는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 안보·경제·협력 질서를 구축하는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기회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스가 선언? 강제동원 해법 없이는 탄력 받기 어려울 듯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정상간 공동 선언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앞세워 한일 갈등 현안을 풀 수 있느냐를 두고선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공동 선언을 채택했던 1998년과 상황이 다르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으로 위안부 피해가 전세계에 공론화되고 1996년 일본 민간단체가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며 당시엔 일본 내에서 과거사를 반성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일본의 도움이 필요했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한국은 경제적으로 아쉬워 마냥 일본 때리기를 할 수 없었고 일본도 과거사 문제를 풀어 가려는 의지가 있던 때"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 후에도 과거사 문제가 반복돼 '합의해도 한국이 뒤엎는다'는 게 일본의 현재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정부 간 합의는 2015년 위안부 합의 갈등을 반복할 우려가 크다. 일본은 한국 정부나 기업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먼저 대위변제하고 추후 일본 정부가 금액을 보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이 먼저 강제동원 피해자에 배상할 경우 한국이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양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원칙에서 더 후퇴하긴 어렵다. 한국의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정면 충돌하다 보니 합의점을 찾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부분적이라도 수용하려면 '대법원 판결 이행,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한국 정부가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뜨려야 한다"며 "피해자 설득 없이 양국 간 선언이 나오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제 동원 배상에 대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선 한일 정상간 새로운 선언이 나오더라도 공허한 목소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빠른 시일 내 한일 정상이 만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대화를 통해 강제동원과 수출규제 문제를 푸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정상 간 선언은 화해의 최종 단계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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