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 꾹 다문 채... 칩거 깨고 공식 행사 복귀

입력
2020.11.12 16:10
패배 나흘만에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
불복 의지 재확인에 지지층 결집 유도
주변서도 "대선 결과 뒤집기 어려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주일여 칩거를 마치고 11일(현지시간) 공식행사에 복귀했다. 미국 언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확정을 발표한지 나흘만이다. 자신이 여전히 '미국 대통령'임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대선 불복 움직임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이날도 부정선거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백악관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라는 증언도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향군인의 날'인 이날 버지니아주(州) 알링턴국립묘지를 찾아 전몰 장병을 추모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행사장 입장에서부터 퇴장까지 10여분간 비를 맞으며 헌화와 묵념을 했고, 행사장에서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이후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나흘만이다. 지난 7일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대선 패배 소식을 접했고 이튿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골프를 쳤지만, 전날까지 외부 공식일정을 소화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역대 모든 대통령이 알링턴국립묘지의 무명용사탑에 헌화하는 국가기념일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이 행사마저 건너뛴다면 대통령직 포기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음직하지만, 그보다는 대선 불복 의지를 공고히 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정치적 의미가 훨씬 강해 보인다. 실제 그는 지난해 재향군인의 날에는 뉴욕 퍼레이드에 참석했고, 2018년에는 한 달 뒤에야 무명용사탑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선거 부정과 대선 승리를 거듭 주장했다. 오후에는 참모들을 만나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고수하면서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다음 주에는 위스콘신주에도 재검표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도 대선 결과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캠프의 소송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증거 수집에 나섰지만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선 패배 인정을 전제하듯 "트럼프조차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논의하고 있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당이 재검표 등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하부조직이 당을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사실을 알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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