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종료될 예정인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놓고 이동통신업계와 정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산정방식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정부는 5조5,000억원선으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통사에선 1조5,000억원이면 충분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어 이통사에선 정부에 주파수 할당 대가의 산정 방식 기준 공개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통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10년 간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12일 밝혔다.
과기정통부에선 내년에 사용이 종료될 2세대(2G)·3G·4G 이통통신 주파수를 이통3사에 그대로 재할당하기로 했다. 사용 대가를 정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올 초부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 중이다. 연구반은 이달 말 주파수 재할당 방식, 할당 대가와 사용 기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에선 과거 경매가를 이번 재할당 산정공식에 적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파법 시행령에선 주파수 재할당 때 정부산정식(예상ㆍ실제 매출 3%)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 대가(과거 경매가) △할당 대상 주파수의 특성 및 대역폭 △할당 대상 주파수의 이용기간ㆍ용도 및 기술 방식을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통3사는 이용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 주파수 대역을 재할당하는 과정에서 과거 경매가를 비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품귀현상에 웃돈이 형성된 마스크 가격을 지금 그대로 판매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매가를 반영하는 방식 또한 전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파법 제16조3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 대가를 받고 재할당하는 등 새로운 조건을 붙이려는 경우에는 이용기간이 끝나기 1년 전에 미리 주파수 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할당되는 주파수가 내년 6월에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데, 이에 대한 사전고지가 없었다는 게 이통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이통3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과거 주파수 경매의 최저 경쟁 가격과 재할당 주파수 대가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논의 중인 대가 산정 방식이 전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준과 일치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이통사의 이번 마찰은 다소 이례적이다. 규제를 받는 사업자가 관계 당국에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세부 지침의 정보 공개 요청에 나선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추산치가 이통사의 예상치에 비해 4조원 이상 높은 데다, 한 번 기준이 발표되면 이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 이통3사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3사는 아예 해당 주파수를 다시 경매로 할당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하자는 제안도 건넨 바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여러 차례 전문가 의견을 포함해 관련 규정에 근거한 합리적인 산정방식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했지만 이에 대해 이통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재할당대가 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자 의견에 대한 아무런 반영 없이 정부 주관 연구반에서 일방적으로 검토한 새로운 대가방식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