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상괭이 보호길 열리나… IUCN, 상괭이보전결의안 채택

입력
2020.11.11 15:49
600여개 정부와 기관 "한국 등 인접국가에 보호 촉구"
국내 연안에서도 매년 1,100마리가 그물에 걸려 희생

국제사회가 아시아 동부연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각 나라의 협력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환경보호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600여개 정부와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온라인 투표를 통해 각 나라에 멸종위기종 상괭이 보전을 위한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은 상괭이가 주로 서식하는 서해의 인접 국가인 한국, 중국, 북한, 일본 등의 정부가 상괭이 보호를 위한 기초조사와 위해요소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결의안은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8월 IUCN에 상괭이 보전 안건을 제출했고, 각국 정부와 기관들이 세계 최대규모 국제 환경회의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개최에 앞서 공식안건으로 상정, 이에 찬성하면서 채택됐다. WWF는 "매년 혼획 등으로 수천여 마리가 폐사하는 상괭이가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결의안에는 구체적으로 황해 인접 국가들이 △상괭이 개체수 추세, 분포, 서식지 조사 등의 생태조사를 비롯해 △혼획 실태 모니터링 △혼획 외 위해요인 분석 △혼획 저감 계획 수립 △국가간 협의체 구성의 총 5가지 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영란 WWF코리아 해양보전팀장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돌고래류의 멸종은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보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상괭이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동부 연안에만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와 남해, 동해 남부 연안에 출현하는데, 서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상괭이는 어획 대상종에 섞여 다른 종이 잡히는 현상인 혼획을 비롯해 연안개발,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면서 IUCN의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도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부터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11일에도 연이틀 제주에서 사체가 발견되는 등 개체수는 급속히 줄고 있다. 올해 들어 제주해경서 관할 지역에서 상괭이 사체가 발견된 것은 25번째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2011~2017년까지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폐사한 상괭이는 8,291마리로 매년 약 1,100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는다. 고래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서해 상괭이 개체수 추정 결과 2005년 3만 6,000마리에서 2011년에 1만 3,000마리로 6년간 6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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