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패배 후 연이어 인사 칼날을 휘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탓에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령탑 격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잔뜩 긴장한 것 같다. 그는 “날 해고하지 말라”고 호소하며 차기 행정부에서도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파우치 소장은 10일(현지시간) NBC방송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해고하려 압박할 수도 있다. 걱정되느냐”고 묻자, “나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내 모든 활동, 인생의 모든 순간이 코로나19 확산을 끝내려 애쓰는 데 바쳐지고 있다”며 감염병 방역 업무가 자신이 사명임을 강조했다. 그는 앞서 9일 CNN방송에도 “떠날 생각이 없다”면서 공직 사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NIAID 소장직은 대통령 인사권 대상이 아니지만, 상급기관을 통해 충분히 해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파우치 소장은 해고 조치가 ‘공동 목표’를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신이 누구든, 어떤 행정부든,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확산이 종결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나머지 기간, 그리고 조 바이든 당선인의 임기에도 소장직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당파에 연연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1984년부터 36년 동안 NIAID 소장으로 일하며 민주ㆍ공화 양당을 가리지 않고 6명의 대통령에게 감염병 자문을 해왔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그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에 속해있으나 조 바이든 당선인의 TF팀과 협력하며 차기 행정부의 원활한 전환을 돕고 있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대선 전인 지난달 13일에도 “차기 대통령이 누가되든 코로나19 전쟁을 돕겠다”면서 방역과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험을 경시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올 초부터 잦은 마찰을 빚으며 본의 아니게 대선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하루 앞두고 파우치 소장을 해고하겠다고 밝혔으나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는 파우치 소장과 같은 전문가를 경청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공개 반박해 그를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