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투자액은 예년 수준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8.7% 감소한 33조9,000억원이지만 투자는 오히려 8.0% 증가한 6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급감에도 5G, 자율주행, 반도체 투자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투자액의 39.6%(25조원)를 책임지면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업종별로는 통신(19.6%), 자동차(11.1%), 전기·전자(7.7%) 업종의 상반기 투자증가율이 돋보였다. 반면 유통(-56.7%), 식음료(-48.9%) 등 내수업종 투자는 급감해 코로나19로 인한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은 0.54에 불과했는데, 이는 주요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 투자액의 절반 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2016~2018년 투자 대비 이익은 1.05~1.16으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급락했다. 한경연은 "영업이익이 투자액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 투자여력이 약화되고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도 눈에 띈다.
2017년 이후 200조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말 기준 312조6,000억원에 달해 19.2%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투자 및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차입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기업의 투자여력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기업이 확보해 둔 자금이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