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11월 13일)를 맞아 노동계가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에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도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상황.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법 제정에 이견이 있는데다 법안 간 적용 대상에도 차이가 있어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건 지난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 안 이후 두 번째다. 두 법안은 중대재해 발생시 △ 기업 법인과 경영책임자, 정부 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법인에 벌금 부과 및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큰 틀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난다. 강 의원 안은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3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박 의원 안은 이 중대재해를 공공시설에서 다수가 사고를 당하는 중대시민재해와 중대산업재해로 구분해 보다 구체화했다. 다만 사망 사고에 대한 처벌은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으로 강 의원 안에 비해 다소 수위가 낮다. 함께 법안을 발의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처벌의 수위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도 강 의원안(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과 박 의원안(최소 5배이상)이 차이가 난다.
박 의원은 “오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희생한지 50주기”라며 이번 발의가 노동ㆍ시민 사회계가 요구한 ‘전태일 3법’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및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근로기준법 개정안)ㆍ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노동조합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진 전태일 3법은 이미 국회 청원에서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회부된 상태다. 법안 통과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핵심인 '엄격한 경영자 형사처벌'을 두고 논의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박 의원 안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재계의 강한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민주당 환노위 의원들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국민의힘 역시 유보적이다. 지난 10일 정의당과의 간담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형사처벌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 안이 50인 미만 기업에 법 적용을 4년간 유예하기로 단서를 둔 것에 대해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강은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제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박 의원 안의)일부 처벌 수위와 50인 미만 적용 유예는 실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