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속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정부 결정에 따라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정한 표준영정의 변경 심사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표준영정이 바뀌게 되면 자연스럽게 화폐 도안도 변경되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순신 영정의 표준영정 지정을 해제하기로 결정할 경우 현재 발행 중인 100원화의 도안 변경 검토에 나서게 된다. 한은은 화폐의 공공성을 감안해 정부가 지정한 표준영정을 기반으로 화폐 도안을 구성해 왔는데, 이 표준 영정이 바뀌게 되면 해당 영정을 유지할 이유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표준영정은 문체부가 선현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체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말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은 정부 표준영정 지정의 첫 사례이자 기원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표준영정을 그린 월전 장우성 작가의 친일 행적 문제로 표준영정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
이에 이순신 표준영정의 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는 지속적으로 표준영정 지정 해제를 신청했다. 문체부는 지난 6월 신청을 받은 이래 영정동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정해제 신청을 심의하고 있으며, 심의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5명으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하는 사안이라 언제, 어떤 결론이 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순신 표준 영정이 해제되고 화폐 도안 변경 절차가 진행될 경우 여타 지폐의 도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5,000원권과 5만원권에 등장하는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 영정은 이당 김은호 작가, 1만원권의 세종대왕 영정은 운보 김기창 작가가 그렸다. 이들 모두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한 인물들이다.
화가의 친일 논란 뿐 아니라 표준영정은 기존의 작품들과 무관한 작가의 창작이고 복식 고증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서 장우성 작가가 1986년에 그린 유관순 열사의 표준영정은 2007년 윤여환 작가의 작품으로 변경된 바 있다. 문화계 일각에선 아예 표준영정 제도를 없애자는 견해도 있다.
기존 표준영정 변경 사례를 보면 해제가 결정되더라도 실제 이순신 장군의 새 표준영정이 결정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화폐 도안 변경도 늦어질 수 있다. 물론 화폐에 아예 다른 인물이나 사물을 도안에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순신 표준영정을 제외한 다른 표준영정의 경우는 영정 해제 신청이 없어 심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기본적으로 소장처의 신청을 받아서 심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신청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인지,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은 관계자는 “충무공 영정의 표준영정 지정 해제 여부가 가장 먼저 결론이 날 테니까 바꾸게 된다면 100원짜리의 모습이 먼저 달라질 것”이라며 "100원짜리는 현재 동전들을 녹여서 새로 만들면 되므로 크기나 재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체에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폐의 경우 3종 모두 변경된다면 이에 소요되는 총 비용은 약 4,700억원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