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문학상은 모두 238개에 이른다. 이렇게나 많나 싶은데, 그나마 2013년 390개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실제론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함정은 '주요' 문학상이라는데 있다. 주요하지 않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문학상까지 감안하면 전국의 문학상은 400개에 육박하리란 말도 나온다. 실제 문학을 담당한 이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슨무슨 문학상 수상'이란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받는다.
상 많아 나쁠 건 없다. 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에게, 더구나 낮은 인세와 판매 부수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제 나름의 이름값과 두둑한 상금을 챙겨준다니 좋은 일이다. 혹시 놓쳤을 지 모를 좋은 작품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이 많은 상들이 정말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다. 10일 기자회견이 열린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이 그렇다. 국적에 관계 없이 분쟁, 젠더, 난민 등의 이슈를 다룬 작가들에게 상을 준다. 이제껏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 팔레스타인 작가 사하르 팔리파, 소말리아 작가 누르딘 파라 등이 수상했다. 올해 수상자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다.
짐작가는 바는 있다. 이 상의 운영주체인 은평구는 2022년 진관동 기자촌 일대에 국립한국문학관을 만든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문학 중심'을 내세운 은평구의 야망이 반영된 사업일 것이다. 이름 높은 해외 작가들에게 상을 주는 것 또한 이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은평구의 재정자립도는 2020년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4위다. 자체 역량이 부족한 은평구가, 이미 유명한 해외 작가에게 상을 주기 위해 매년 1억~2억원 정도를 쓰는 셈이다.
이건 은평구만 뭐라 그럴 것도 아니다. 저 많고도 많은 문학상의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만든 것이다. 유명한 소설가, 시인 등과의 연고를 따져 경쟁적으로 만들어 놓은 뒤 세금으로 운영하는 각 지자체들의 문학상들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상은 너무 많은데 정작 상 줄만한 작가가 드물어서일까. 최근엔 몇몇 작가들이 이런저런 상을 겹치기 출연하듯 받는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그 수많은 문학상 중에 지금 우리 곁에서 우리의 문제를 치열하게 쓰고 있는, 참신한 작가의 자리는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