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열해진 이낙연·이재명... 제3후보 등장 조짐에 '술렁'

입력
2020.11.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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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이재명 양강 구도 뚜렷 
정세균 이광재 임종석 유시민도 주목 
박용진 ‘큰 꿈 행보’ 조기 가동?

치열한 양강 대결이냐, 새 변수의 등장이냐. 차기 대선 경쟁 구도를 설계하는 여권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권 도전이 일단 보류되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대결 구도에는 일단 묵직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ㆍ친노(친노무현) 진영이 띄우는 제3주자가 부상할 수 있는 불씨도 여전하다. 1971년생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대권 도전 직행이라는 ‘큰 꿈 행보’에 일찌감치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여권의 대선 레이스는 '잔잔하게' 흘러가진 않을 듯하다.


◇ 더 치열해진 이낙연 vs 이재명

다음 대선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진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것은 선거 180일 전인 내년 9월 10일까지다. 내년 상반기에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7년 대선에서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도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 대법원 선고가 내년 봄쯤인 경선 후보 등록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의 레이스 참여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일찌감치 '빅2 구도'를 형성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이달 5∼7일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 조사(신뢰수준 95%ㆍ오차범위 ±3.1%P)에서 이 지사는 23%, 이 대표는 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지난달 22∼24일 조사에서는 이 지사와 이 대표가 각각 23%, 20%를 얻었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외연 확장과 친문 표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공력을 쏟고 있다.


◇ 친문·친노가 미는 제3후보군 변수 촉각

양강 구도를 흔들 ‘제3후보 등판론’도 여전하다. 표심을 확정하지 않은 친문ㆍ친노 그룹이 제3후보에 눈길을 줄 가능성이 꾸준히 점쳐진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민주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친문·친노의 전폭적 지지 속에 광폭행보에 나선다면,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정 총리의 최근 움직임을 ‘대권 행보’ 본격화로 보고 있다. 정 총리는 현안에 선명한 입장을 내고, 핵심 분야 특보ㆍ자문단을 강화하고 있다. 이광재 의원 역시 ‘대권 도전'을 묻는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이 의원은 9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나와 대권 도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저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비전과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 박용진 ‘큰 꿈 행보’ 시동 거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재선의 박용진 의원이 일찌감치 ‘대권 도전’ 직행의 큰 꿈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또 하나의 ‘돌발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연일 정치개혁ㆍ세대교체ㆍ통합이 절실하다는 메시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광주MBC 라디오 '황동현의 시선집중'에 나와 4월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서울시장보다는 정치개혁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연구소 설립 계획을 내놨다. 그는 “기득권에 맞서는 변화, 분열에 맞서는 통합, 미래를 향해가는 전진 등 열정적 에너지를 화두로 던지고 길을 열어보겠단 생각”이라며 정치권의 세대교체 담론에 불씨를 던졌다.

박 의원의 발언은 ‘차기 대권 도전 직행’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자아냈다. 올해 49세인 박 의원은 당내에서 가장 개혁 성향이 짙은 편이다. 가장 젊고 왼쪽에 선 도전자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비주류’란 평가 속에서도 유치원 3법 도입, 삼성 등 재벌대기업 비위 폭로 등을 주도했고 ‘할 말은 하는’ 행보로 독자적 정치 자산을 확보했다. 다른 후보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요소다.

차기 대선 도전의 출발선에 선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날 박 의원은 “오랫동안 여러 무거운 고민들을 해오고 있다. 정치개혁 과제들을 계속 고민해가는 과정”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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