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자본총량 30년간 24% 늘었지만... 대부분 제조업과 무관"

입력
2020.11.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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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경제성장과 연관된 자본의 총량(자본스톡)이 지난 30년 동안 24% 가량 늘어났지만, 제조업과 무관한 건설자산이 대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정부가 경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고 있지만 누적된 비효율과 지속적인 제재가 북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조태형 실장·김민정 부연구위원이 서울대 표학길 명예교수와 공동으로 9일 발표한 ‘북한의 자본스톡 추정 및 시사점’에 따르면, 북한의 자본스톡은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경제 위기를 겪으며 크게 감소했으나, 2000년대부터는 다시 증가했다. 2018년 현재 북한의 자본스톡은 1989년 대비 24%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자본스톡의 구성을 건설과 설비로 나누면, 건설자산스톡은 1989년보다 늘었지만 설비자산스톡은 오히려 1989년 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자본스톡에서 건설자산과 설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9년에도 8대 2의 비율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9대 1의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실제 투자의 내역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직결되는 설비투자보다는 건설투자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2010년대부터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일부 제조업 부문의 플러스 성장이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발생한 설비자산의 손실을 메우는 데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성장회계 분석 결과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가 회복되면서 총요소생산성 감소폭이 완화됐지만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로 2017년 이후 다시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태형 한은 북한경제연구실장은 “기업 등의 운영 혁신과 대외 개방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가 선행돼야 성장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의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은 실제 북한의 자료가 거의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대외 교역 등 공개된 자료와 구 소련 등 유사한 국가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를 놓고 진행된다. 조태형 실장은 “이번 연구는 북한의 자본스톡을 건설과 설비로 구분한 것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몇 가지 가정을 통해 도출한 연구 결과이므로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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