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했지만… 3대 난관에 어깨 무거운 아웅산 수치

입력
2020.11.09 17:20
소수민족 갈등·군부 건재에도… 의회 67% 차지  
2기 문민정부, 민족통합·경제발전 숙제는 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얀마 2기 문민정부가 새롭게 출범한다. 지난 8일 열린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무난히 제1당을 유지하면서 군부에 정권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꼬인 민족통합 문제에 침체된 경기,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향후 5년 미얀마를 다시 이끌어야 할 수치 고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NLD 측은 이날 오후 “우리 당이 의회 1당을 차지하기 위해 필요한 322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되는 상원 161석, 하원 315석 등 총 476석 가운데 약 67%를 확보하면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미얀마 의회는 상ㆍ하원 664석으로 구성되지만, 전체 의석의 25%에 해당되는 166석은 헌법상 군부에 의무 할당된다. 또 이번 총선에선 NLD 열세가 예상된 소수민족 거주지 라카인주(州) 등 22개 지역에서 치안 불안을 이유로 선거가 취소돼 전체 선출직 의원 수도 그만큼 더 줄었다.

예상대로 NLD의 승리로 끝났지만 절대적 환영을 받았던 지난 번과 달리 이번 총선은 NLD에 대한 비판적 지지도 상당했다. 양곤에서 활동 중인 정치분석가 리처드 호시는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버마인 절대 다수가 수치 고문을 개인적으로 좋아해 NLD에 표를 던지나 현 정부의 성과나 기조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상당함에도 NLD를 대신할 정당이 없다는 게 지금 미얀마의 정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NLD를 향한 불만은 “민족갈등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앞서 미얀마 국민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이 강경 불교세력인 아라칸반군의 폭정은 물론 무슬림 로힝야족 문제도 해결할 거라 기대했지만, 지난 5년간 수치 정권의 정책 기조는 소수민족 탄압에 더 가까웠다.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사태에 개입했다는 국제적 의혹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경제 양극화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지난 5년간 연평균 6~7%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과실이 일부 계층과 지역에 편중되면서 25%에 달하는 절대빈곤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선 봉쇄 일변도의 코로나19 무능 대처로 수출 2위인 봉제산업이 멈춰서며 성장세마저 1%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6일 누적 감염자 수가 6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하루 최대 1만명 검사에 그치면서 사실상 감염 확산세를 방치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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