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발병하면 환자의 60% 이상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았고, 이 가운데 37%가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서울과 지역간 의료 술기(術技)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단국대병원 김재일(61ㆍ신경과 교수) 병원장은 “꼭 필요한 병원 진료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받자”며 내년에 충남 최초로 암병원을 세우는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 향상에 적극 팔을 걷어붙였다.
김 병원장은 기자와 만나 “환자가 더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 병원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막을 순없지만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질환이나 응급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급성기 질환까지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손실이 크다”고 했다.
김 병원장은 “특수한 질환을 제외하면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이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암 치료 수준은 전국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이어 “전국적으로 12개 지역암센터가 운영되면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암 환자의 접근성이 향상됐지만 충남에만 지역암센터가 없어 양질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인 단국대병원은 내년 10월에 충남 지역 유일의 암병원 건립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단국대병원 암병원은 지하 3층, 지상 7층(연면적 2만9,870㎡) 250병상 규모로 세워진다. 암병원이 건립되면 단국대병원은 현재 809병상에서 1,000병상을 넘어서는 초대형 병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암병원은 위암센터, 대장암/복막암센터, 간암/췌ㆍ담도암센터, 유방암센터, 갑상선암센터, 폐암센터 등 6개 센터로 구성된다. 암병원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장비 및 선형가속기 등 최신 의료 장비를 도입ㆍ증설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형 개인 치료, 다학제 통합 진료, 암 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증상을 진단ㆍ치료하는 심리클리닉 등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암병원 4층에는 암 치료 과정에서 정서적 부담을 받기 쉬운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옥상 정원’까지 조성해 암 환자를 위한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단국대병원은 이미 치료법이 없는 말기암으로 여겨지는 대장암의 복막 전이 치료를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복막절제술과 ‘복강내 온열 항암 화학 치료(HIPEC)’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지역사회의 숙원 사업인 암병원 건립으로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으로부터 지역 주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진단부터 수술, 추적 관리, 예방까지 통합적인 치료시스템을 제공해 지역 간 암 환자 관리 불균형을 해소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198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4년부터 단국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단국대병원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뇌혈관센터 소장, 임상의학연구소장, 단국대 의대 학장 등을 지냈고, 대한평형의학회ㆍ대한안신경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