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사는’ 600만명, 주식 투자 늘고 아파트 살고 싶고

입력
2020.11.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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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인구가 올해 기준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체 가구 가운데 30%가 넘는 수치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앞으로도 10년 이상 '나 혼자 살겠다'고 답했고,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비중도 크게 늘어 4명 중 1명에 달했다. 노후 자금으로 5억7,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예·적금을 깨고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00만 돌파한 1인 가구... 앞으로 더 늘어날 듯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는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8~9월 국내 만 25~59세 1인 가구(연소득 1,200만원 이상·1인가구 생활 3개월 이상) 2,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우선 양적인 팽창이 눈에 띈다. 올해 1인 가구는 617만 가구로 집계됐는데 KB가 2017년부터 1인 가구를 연구한 이래 600만 가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 100명 중 12명이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가구 중 비중도 30.3%였는데, 30%를 처음 넘긴 것 역시 처음이다. 연구소는 이런 추세면 1인 가구가 향후 5년간 매년 약 15만개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자발성'이다. 과거에는 사별이나 이혼 등 비자발적 이유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유롭게 편해서 혼자 사는 것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았는데(60.8%가 비자발적 동기), 이번 조사에선 39.9%로 크게 줄고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이들이 전체 1인가구의 42.5%를 차지했다.

1인 생활 지속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앞으로 10년 이상 1인 생활을 계속할 것 같다”는 응답자가 44.1%나 됐다. 2년 전 조사(34.5%) 때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결혼 의향도 낮아졌다. ‘결혼 생각이 없다’고 밝힌 1인 가구는 23.4%로 지난해 17.7%보다 6%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작년 4.2%에서 올해 15.5%로 급증했고, 20대 남성은 작년 8.2%에서 올해 15.1%로, 30대 남성은 6.3%에서 18.8%로 크게 늘었다. 여성들은 “결혼이 싫다”는 이유를, 남성들은 주로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반대로 '결혼을 언젠가는 할 예정'이라는 답은 42.5%에서 33.4%로 크게 감소했다.

예적금 비중 줄고 현금·주식 비중 늘어

저축보다 투자를 늘리는 경향도 강해졌다. 1인가구의 자산별 구성비는 입출금·현금이 약 25%, 예적금이 47%, 투자자산이 27%를 차지한다. 지난해 60%를 초과하던 예적금 자산의 일부가 현금과 투자자산, 특히 주식 투자로 옮겨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생활비 등 현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은행 이자가 크게 낮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주식이나 펀드를 보유한 1인가구 10명 중 6명이 올해 신규로 투자를 하였으며,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공모주와 해외주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응답했다.

노후를 위해선 5억7,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매달 123만원을 저축·투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월 74만원을 모으고 있다.

주거 형태를 보면 1인 가구 중 40%는 월세 살이를 하고 있다. 전세는 32%, 자가 소유는 25%에 그쳤다. 전체 가구의 자가소유 비율은 60% 수준인데 비하면 전·월세 살이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탓에 1인 가구의 47%가 주택 구입을 희망하고 있다. 희망하는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약 70%로 압도적이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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