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발견하기 극히 어려운 '검은 호랑이'가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수멘 바즈파예가 촬영한 이 검은 호랑이 사진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관심을 받았다.
5일(현지 시각) 인도 방송 NDTV에 따르면 바즈파예는 지난해 2월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난당카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조류와 원숭이 등을 관찰하던 중 검은 호랑이를 발견하고 재빨리 그 모습을 촬영했다.
그는 처음 봤을 때 호랑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바즈파예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인 호랑이와는 다른 뭔가를 봤다"며 "그때는 검은 호랑이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갑자기 숲에서 나타나 몇 초 동안 머물다 다시 나무 사이로 걸어들어갔다"고 말했다.
검은 호랑이는 벵갈 호랑이의 일종으로 유전적 변이로 인해 검정 색소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호랑이보다 몸집이 작은 경향이 있다. 학계에서는 검은 호랑이가 멜라닌 색소가 과다해 검은 무늬 부분이 굵고 짙어지는 이른바 '가짜 멜라니즘(Peudo-melanism)'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보통 호랑이가 흰색이나 황갈색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다면, 검은 호랑이는 검은색 줄무늬가 넓고 촘촘해 흰색이나 황갈색 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짜 멜라니즘은 열성유전으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호랑이 개체 수가 줄면서 동종교배로 인해 등장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인도 오디샤주 심리팔 국립공원에서 야생의 검은 호랑이가 처음 발견됐고, 2007년에도 한 차례 나타났다. 또 2014년 난당카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는 갓 태어난 새끼 4마리 중 2마리가 검은 호랑이가 될 조짐을 보였고, 즉시 격리해 1년간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통해 관찰하며 돌본 후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2016, 2017년에도 검은 호랑이 새끼가 태어났다고 한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전 세계적으로 야생에 남아있는 호랑이가 3,900마리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은 호랑이의 경우 개체수가 훨씬 적다. 인도 야생동물연구소의 비바시 판다브 박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검은 호랑이가) 오디샤주에 7, 8마리 정도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인도에는 전 세계 야생 호랑이의 70%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