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종인 비대위는 실패’ 직격...야권 새판짜기 시동

입력
2020.11.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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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연대 안돼… 새 혁신 플랫폼 만들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국민의힘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실패했다고 직격하면서 야권 재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내년 4월 서울·부산 보궐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흔들고 야권의 새 판을 짜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안 대표는 이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강연에서 "새로운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야권 재편을 주장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야권이 참패한 4ㆍ15 총선 결과에 대해 “싫어하는 정당(야당)보다 실망한 정당(여당)을 찍은 것”이라며 “야권에 대한 비호감이 너무 크다 보니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총선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비대위가 시작되고 5달 동안 노력을 해도 변화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가다간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조차도 승산이 낮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의 활동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것이다.

안 대표는 야권 일각에서 나오는 ‘반문(반문재인)연대’에 대해선 “누구를 반대해서 승리한 정치 세력은 없다”며 "반문 연대가 아니라 혁신연대, 미래연대, 국민 연대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할 각오”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도전에 대해 “안 나간다”고 선을 긋던 과거보다는 출마 가능성을 다소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야권에서는 안 대표가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원한다면 “국민의힘에 들어오라”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향해 ‘김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로는 보궐선거 승리는 어림없다’고 맞받아친 모양새기 때문이다. 이날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얘기는 안 하고 막연하게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얘기는 항상 하는 얘기가 아닌가”라고 깎아 내렸다. 호락호락하게 안 대표를 띄워 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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