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오가 축하를 전해주면서 일요일 경기에선 좀 살살 하라네요."
전북 손준호(28)가 올 시즌 K리그1(1부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다른 세 명의 후보자들과 달리 수비형 미드필더인 손준호는 뛰어난 중원 장악력으로, 올 시즌 개인 득점 1~3위 주니오(34·울산) 세징야(31·대구) 일류첸코(30·포항)를 꺾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준호는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대상 시상식 2020에서 MVP를 수상한 후 "정말 MVP에 맞는 다음 시즌의 손준호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준호는 수상 직후 얼떨떨한 듯 '정말'을 연발하며 장인·장모 등 고마운 사람들을 줄줄이 나열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시즌 손준호는 25경기에 출전해 그라운드 경합 성공 75개, 차단 171개, 획득 291개, 중앙지역 패스 1,122개를 기록하며 해당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비 뿐만 아니라 장거리 패스 219개, 태클 성공 33개, 인터셉트 51개를 기록 공격 부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만능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공격포인트도 7개(2골 5도움)나 쌓았다. 그는 "올 한 해 동안 팀의 우승에 도움이 됐고 미드필더에서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발휘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모여 MVP를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준 김상식(44) 전북 코치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손준호는 "김 코치님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위치 선정이나 상황마다 해야 하는 것들을 많이 이야기 해주셨다"며 "알려주신 걸 캐치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던 게 이 포지션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화려한 기록이 보여주듯 전북의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 손준호는 이제 오는 8일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마지막 경기 만을 남겨뒀다. 전북과 울산은 두 차례 경기를 통해 FA컵 우승자를 가리는데, 지난 4일 진행된 1차전에서 양팀은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MVP 자리를 놓고 경쟁한 주니오 세징야에게도 축하를 받았다는 손준호는 "주니오가 축하한다고 하면서 일요일 경기에 살살 좀 하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